후계 경영구도 전환속, 그룹내 IT서비스계열사 역할도 미묘한 변화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15일 단행된 삼성그룹 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그룹을 이끌어갈 3세대 오너 경영 체제가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젊은 3세대 오너 경영체제로의 전환은 삼성그룹외에도 앞서 현대기아차그룹(정의선 부회장), 효성그룹(조현준 효성 사장), 코오롱그룹(이웅렬 회장), 신세계그룹(정용진 부회장), CJ그룹(이재현 회장) 등에서 이미 이뤄졌다.
또한 2세대로 분류되지만 신동빈 부회장(롯데그룹). 최태원 회장(SK그룹) 등도 연배가 젊은 오너 경영자로 꼽힌다. 동부그룹의 경우는 아직 2세대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얘기하기에는 시간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론 이처럼 젊은 2세대와 3세대 오너 경영체제로 재편되면서 비교적 무난하게 그동안 그룹의 IT부문을 지원해왔던 IT서비스 회사들의 역할, 나아가 이들 IT계열사들을 맡고 있는 CEO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그룹의 오너로 등극하기전 IT서비스 계열사들은 이들 그룹내 젊은 오너들의 혁신적이고 미래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혁신적인 테스트 베드의 역할을 제공하기도 했다.
물론 앞으로도 그룹내 IT서비스 계열사들은 앞으로도 젊은 오너의 혁신적인 역할을 측면에서 지원하기 위한 보다 '깊이있고 미래지향적 역할'이 더욱 필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황태자에서 젋은 황제로, 그러나 "보수적 행보" 예상 = 국내 주요 그룹들이 40대의 젊은 오너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 오너가 젊어진 만큼 기존 선대 회장의 오너십보다는 조직의 운영과 새로운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데 있어 더 혁신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더 나아가 IT를 비롯한 신사업 분야에 많은 에너지를 쏟을 것이라는 예상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젊은 = 혁신' 이라는 도식적 결론에는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황태자 시절에 별 부담없이 관심을 가졌던 혁신적인 사업들과 이제 황제가 되서 바라보는 세상은 분명히 앵글 자체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삼성 이재용 전무의 경우만 보더라도 앞서 지난 2000년 베일에 감춰졌던 e삼성의 총설계자로써 역할을 조명받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과거와 같은 모험을 다시 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럴 여유도 없을 것이란 분석이 더 높게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삼성그룹 전체를 아울러야하는 입장에서는 그룹내의 기존 전통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챙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일 것"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주요 대기업들의 위기감은 여전하고 새로운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위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젊은 오너들이라고 해서 기존 그룹내 주력사업의 경쟁력 확보와 신사업 창출이라는 크게 무거운 숙제를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를 비롯해 올해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2, 3분기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내부 경쟁력의 우위요소 보다는 환율 등 외부요인의 의한 수혜를 많이 봤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IT서비스 계열사, 대외 사업보단 그룹내 현안에 주력 = 지금까지 그룹의 젊은 오너들과 그룹내 IT서비스 회사들과는 이미지측면에서 궁합이 잘 맞았다.
IT, 혁신, 젊음, 미래지향적 가치 등 하나의 새롭고 참신한 코드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이미지의 조각들이다.
이와관련 한 대형 IT서비스회사 관계자는 "그룹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겠지만 신규 사업이나 IT의 역할이 필요한 그룹내 혁신적인 신사업과 관련해서는 젊은 차세대 오너들이 경영수업 차원에서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사례가 많았고, 또 한편으론 젊은 오너의 이미지 메이킹에 활용됐던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그룹계열사 IT서비스회사들의 역할은 오히려 보수화되는 듯한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이는 젊은 오너체제로 바뀌면 과거 보다 더 혁신적일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다른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1, 2년간 그룹계열 IT서비스회사들은 공격적으로 대외 사업에 나서기 보다는 그룹내 사업, 또는 현안 해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외 SI(시스템통합)사업이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시장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진 현실적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룹내 주력 경쟁사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존 IT서비스 계열사들의 역할을 재조정한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즉, 그룹내 IT서비스부문이 사업성 자체로서의 의미도 크지만 그와 함께 그룹 계열사들과의 협업, 컨버전스 차원에서의 가치를 새롭게 중시하는 시각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SK그룹의 IT서비스회사인 SK C&C의 경우, 올해 초 김신배 부회장이 새 대표에 취임한 이후 내부적으로 SK텔레콤을 비롯한 SK그룹내 주요 계열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IT서비스 지원에 비중을 높여왔다.
이와함께 지난 11월11일, SK C&C는 내부 숙원사업이던 거래소 상장을 성공시켰는데 이는 그동안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에 제기됐던 민감한 지배구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는 점에서 점에서 또 다른 각도에서 평가받고 있는 부분이다.
동부그룹의 경우도,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그룹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동부CNI도 그룹사에 대한 지원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실제로 동부CNI는 최근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동부금융계열사에 대한 전면적인 구축사업자로 부상했다.
이 회사 역시 상대적으로 외부사업 확장에서는 신경을 덜 쓰는 눈치다. 최근 한국IBM과 서버유통사업을 진행한 동부CNI는 서버사업을 위해 영입한 외부인사를 내보내고 다시 사내 임원을 임명하는 등 조직 단속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IT서비스 계열사 CEO, 외부전문가 보다 그룹내부 출신 중용...미묘한 변화= 많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그룹 계열 IT서비스 회사들에서는 LG CNS를 비롯해 외부 전문가를 CEO로 영입한 케이스가 있었다.
수년전, LG CNS는 한국IBM 사장 출신의 신재철씨와 한국MS 사장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출신의 고현진씨를 영입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또 현대차그룹의 IT서비스계열사인 오토에버시스템즈는 한국IBM 부사장 출신의 김익교씨가 CEO로 영입된 케이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부영입인사 보다는 그룹내 인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 IT서비스업계에서 감지되는 미묘한 변화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그룹 내부의 IT역량 제고가 중요해지면서 그룹내 사정을 잘 알고, 그룹계열사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한 그룹 출신 인사가 IT서비스 회사의 CEO를 맡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지주회사 체제로 기업의 지배구조가 크게 바뀌기 시작하면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한 IT셰어드서비스센터(Shared Service Center)로서 IT서비스 자회사의 역할이 중시되고 있는 것이다.
직접 비교는 힘들겠지만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금융IT자회사가 그룹계열사 전체에 대한 IT서비스 지원을 전담하는 구조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그룹내에서의 IT서비스 계열사로의 역할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삼성SDS와 SK C&C의 사례가 비교적 최근의 상황을 잘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김인 사장의 경우, 지난 1974년 삼성물산 입사이후 삼성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그룹내 핵심 인사로 분류되고, SK텔레콤 대표를 역임한 SK C&C 김신배 부회장도 그런 맥락에서 최근 SK그룹내 IT서비스 계열사의 역할 변화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12월 18일 실시된 LG그룹 인사에서 LG그룹의 IT서비스계열사인 기존 신재철 사장에 이어 LG CNS의 새 대표로 LG 서브원의 김대훈 본부장이 내정됐다. 김 신임 사장 내정자는 1956년생이며 1979년 LG전자에 입사한 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LG CN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신임 사장 내정자가 LG그룹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또한 LG CNS에서도 과거 10년이 넘게 몸담았었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IT서비스 회사의 수장으로 그룹내 인사가 중용됨에 따라 기존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들에 대한 연임 가능성은 줄어드는 대신에 그룹내 핵심 인사로 교체될 가능성에 조심스레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코오롱아이넷은 올해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IBM 출신의 변보경 사장을 퇴임시키고 IT와 별로 연관이 없는 (주)코오롱글로텍 출신인 박동문 대표를 선임했다. 박 대표는 코오롱 경영기획팀장, 코오롱 기획담당임원, 코오롱 인도네시아법인 CFO 등을 역임한 그룹내 핵심 인사로 꼽힌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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