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010 번호 가입자가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80%를 넘어서면서 번호통합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업계와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01X 가입자에게도 3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미 010으로 번호전환을 한 가입자들은 01X 번호 유지에 대해 불만이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010 번호통합은 분쟁의 소지가 있다.
사업자들 마찬가지다. 전 가입자가 010으로 전환하게 되면 굳이 2G 망을 운영할 필요가 없게 된다. 네트워크 운용, 주파수 관리, 단말기 보급, 비용 등 모든 면에서 장점이 많다.
하지만 오랜 시간 011브랜드의 지위를 누려온 SK텔레콤과 후발사업자 입장은 다르다. SK텔레콤은 약 1300만의 2G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LG텔레콤의 전체 가입자 수보다 많다.
SK텔레콤의 2G 가입자는 충성도가 높다. 경쟁사의 공짜 단말기에도 미동하지 않고 011번호를 사수하기 때문에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이들 가입자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KT와 LG텔레콤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011브랜드 지배력을 해소하고 네트워크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속한 시일내 010 통합을 외치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2G 가입자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이동통신 기술이 3G를 넘어 4G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기술방식이 다른 3개의 네트워크를 운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4G가 상용화 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1천만 이상 가입자를 일괄적으로 010으로 변경하는 것은 SK텔레콤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SK텔레콤은 순차적인 번호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시점은 명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 16일 열린 '010 번호통합 정책토론회'에서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01X) 가입자가 50만명 이하일 경우에는 정부와 논의를 통해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남은 것은 방통위의 결정이다. 방통위도 정책폐지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강제통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주장처럼 가입자 50만명 등 대부분이 010으로 전환한 이후 일괄 통합을 할 것인지, KT나 LG텔레콤의 주장대로 조속한 시일내 일괄통합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010 통합방안 시나리오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2G망 운영비효율이 먼저 발생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시장자율에 의한 자발적 번호전환이 중단되는 시점에 통합하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는 2G망 운영비효율이 먼저 발생할 경우에는 사업자쪽에서 유인이 생기기 때문에 시장자율로 완전통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발생가능성 역시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자발적 010전환 중단이 먼저 발생할 경우에는 번호통합과 사업자 이해가 상충하기 때문에 시장자율에 의한 번호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KISDI의 수요예측에 따르면 2012년 3분기 010 가입자는 90%를 돌파하고 2014년 3분기에 95% 돌파할 것으로 예측됐다.
2014년이면 사업자들이 4G에 대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4G 초기 투자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4G 서비스 출시가 2G 중단과 맞물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준선 방통위 통신자원정책과장은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정책에 혼선을 주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강제통합은 없다고 했지만 특정 시점에 일괄적인 통합정책을 펼지, 투자를 촉진하되 시장자율에 맡길지 통신사업자와 01X 가입자들이 방통위에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