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10 금융IT혁신과 도전④] 막내리는 은행권 차세대, 빅뱅의 종언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이상일 기자] 지난 10년간, 진행돼왔던 은행권 '차세대시스템'(Next Generation System)구축 랠리는 지난 2월 국민은행이 차세대시스템 가동에 들어감으로써 사실상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올해에는 지난 수년간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준비해 왔던 대구은행과 수협은행이 차세대시스템 개발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부산은행도 빠르면 올해 상반기중으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런가운데 산업은행이 올해 상반기중으로 2기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EA(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 컨설팅을 추진한 뒤 이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차세대 프로젝트 추진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아직 ‘2기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다시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은 크게 주목할 만큼의 분위기는 아니다.
아직‘2기 차세대시스템’이 아직까지 기존 차세대시스템과의 기술적 구분이 모호한데다 또한 2기 차세대시스템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목적 또한 기존 시스템과 경계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프로덕트 팩토리에 기반한 상품관리시스템, 프레임워크 기반의 코어뱅킹 플랫폼 등은 앞으로의 차세대시스템에서도 구현해야할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2기 차세대시스템에 대해, 기존 시스템의 노후화된 모델을 부분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일종의 ‘고도화 프로젝트’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를 반영해 산업은행 뿐만 아니라 교보생명 등 2기 차세대 프로젝트를 고려하고 있는 2금융권의 금융회들도 ‘빅뱅(Big Bang)’방식이 아닌 ‘단계적 구축’ 방식을 현재까지는 고려하고 있다. 중장기 IT아키텍처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한뒤 전산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혁신적인 IT개선을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과거 ‘종합온라인’시대에서는 금융업무의 IT화 자체에 포커스가 맞춰졌지만 2000년대부터 시작된 ‘차세대시스템’시대로 넘어오면서 부터는 ▲시장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위한 전산시스템 플랫폼의 유연성 확보 ▲고객중심의 통합정보시스템 강화, ▲신속한 상품출시를 위한 상품관리시스템 체계의 완성 ▲24/365 무중단 금융서비스 ▲멀티채널 아키텍쳐(MCA) 등을 지향하기 시작했다. 특히 메인프레임 일색이던 은행권 주전산시스템은 유닉스(UNIX) 개방형 환경으로 대부분 전환됐다.
또한 은행권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면서 혁신적인 IT기술들을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적용했다.
최근 몇년간은 개방형 아키텍처의 도입과 자바(JAVA)와 같은 오픈소스의 채택, SOA(서비스지향 아키텍처)의 적용이 활발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러한 혁신적인 IT기술의 전폭적인 적용은 차세대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러한 IT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차세대시스템 안정성 확보 노력도 2010년의 중요한 IT과제로 꼽힌다.
◆대구은행, 수협, 부산은행 올해 차세대에 총력 = 올해 은행권에서 예정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대구은행, 수협, 부산은행 등이다. 지난 2004년 한미은행 시절, 한국HP-티맥스 컨소시엄과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가 중단한 바 잇는 한국씨티은행의 차세대 추진 여부는 불확실하다.
수협은행은 올해‘넥스트로(Nextro)’로 명명된 차세대프로젝트에 나선다. 2011년 9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여·수신시스템과 인터넷뱅킹, 신용카드, 외환시스템 등을 차세대 환경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수협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상용 프레임워크 기반으로 K(한국형)-IFRS 요건을 반영한 코어뱅킹 시스템 ▲전사적 미들 레이어(Middle Layer) 표준에 따른 EAI 시스템 구축 ▲내외부 채널을 통합하는 다중채널통합(MCI) 시스템 및 통합 사용자인터페이스(UI) ▲경영관리의 효율적 지원을 위한 정보분석 인프라 ▲넥스트로 시스템 개발 및 운영을 지원하는 전사 공통 인프라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편 부산은행은 올해 상반기중 차세대시스템 개발을 위한 주사업자선정에 착수한다.
◆빅뱅 방식의 종말=“이제는 국내 금융권에서 빅뱅식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식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금융 IT업계의 전문가들은 ‘빅뱅’방식의 차세대 프로젝트 추진 방식이 앞으로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IT기술의 발전, ▲SOA및 프레임워크 기반의 시스템 유연성 확보, ▲금융시장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대처 미흡 ▲ IT부서 주도의 빅뱅식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빅뱅방식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일부 금융회사들은 일괄적으로 IT인프라체계를 전환시킬만한 이유가 앞으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빅뱅 방식에 대한 비판은 많았지만 국내 금융환경에서는 단계적 개발 방식, 즉 시급한 IT현안과제를 중심으로 IT파워를 늘려나가는 ‘하이브리드’또는 단계적 개발 방식이 현실적으로 더 구현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하이브리드 방식은 무엇보다 금융회사가 향후 5년~10년 동안 중장기 차세대 IT전략의 비전 수립과 또한 그것을 일관되게 유지시킬 수 있는 IT조직체계를 유지해야하는 데 이것이 국내 금융권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지금도 IT조직 측면에서 여전히 이 방식을 적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잦은 CIO(최고정보화담당임원)의 교체, 중장기 IT전략의 부재, IT조직의 잦은 변화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현내 국내 은행권에서는 외국계은행으로 분류되는 SC제일은행 정도가 이같은 하이브리드 방식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00년대 초반 뉴브릿지캐피털이 대주주였다가 이후 2000년대 후반 스탠더드차타드(SC)로 대주주가 바뀌었는데도 IT전략의 일관성은 그대로 유지됐다.
물론 이같은 행보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서는 “SC제일은행은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했다기 보다는 사실상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시도하지 않은 유일한 은행일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국민은행도 지난 2008년말 경영정보시스템, e뱅킹시스템 등을 먼저 차세대 환경으로 구현 함에 따라 빅뱅 방식이 아닌 단계적 개발 방식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완전한 의미의 단계적 개발방식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많다.
처음부터 일관된 IT전략에 따라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기 보다는 지난 2003년부터 차세대시스템 구축 계획이 수시로 변화됐고, 그에 따른 IT전략에도 혼선이 있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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