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 원회의 마케팅비 규제로 통신사들이 이동전화 보조금을 줄인 가운데 일부 대리점들이 결합상품을 통해 우회적으로 ‘공짜폰’ 마케팅에 나서고 있어 벌써부터 편법 마케팅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방통위의 마케팅비 규제는 유선과 무선을 각각 나눠 매출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됐었죠. 결합상품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유무선을 구분하기가 어려워 통신사들의 회계 처리에 따라 편법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KT는 KTF와 통합한 이후 유무선 마케팅 비용을 특정할 수 없다며 실적공시에서 해당항목을 그냥 합산 공개하고 있습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통신사들이 휴대폰 보조금을 줄이고 있습니다. 특히 중저가 일반폰의 보조금 축소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40만원대 제품들은 모두 공짜폰으로 유통됐지만 지금은 이들 제품을 사려고 해도 일정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하지만 결합상품을 취급하는 휴대폰 대리점들이 초고속 인터넷 가입시 제공하던 혜택을 휴대폰 무료 제공으로 바꿔 제안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실제 확인 결과 결합상품을 취급하는 SK텔레콤의 휴대폰 대리점 대부분은 초고속 인터넷을 가입하면 휴대폰을 공짜로 제공한다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금으로 제공하던 경품을 휴대폰 할부금 지원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형태입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초고속 인터넷을 가입하면 대부분 20만원대 초반의 현금을 줬죠. 이를 휴대폰의 보조금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T옴니아2’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T옴니아2’의 출고가는 70만원대 초반으로 2년 약정시 일단 38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머지 33만원 가량의 월 할부금을 대리점에서 대신 내주는 것입니다.
다른 휴대폰도 마찬가지이지만 ‘T옴니아2’가 출고가가 높기 때문에 사용자가 받을 수 있는 현금에 비해 단말기 할부 지원 혜택이 더 커 ‘T옴니아2’를 선택하는 추천한다는 것이 대리점의 설명입니다.
대리점 관계자들은 “4월 들어 휴대폰 값이 많이 올라갔다”라며 “스마트폰 외에는 마진이 대폭 줄어 ‘T옴니아2’를 많이 권유한다”라고 말을 하더군요.
이에 대해 통신사의 마케팅비 편법 지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 경품은 유선 마케팅 비용이기 때문입니다. 무선 마케팅 비용을 유선 마케팅 비용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입니다.
그나마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유선과 무선으로 회사가 분리돼있으니 마케팅 비용을 유용하기에 제한이 있지만 유무선을 통합한 KT와 LG텔레콤이 위와 같은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면 문제는 더욱 커질 듯 싶습니다. 애초에 방통위의 마케팅비 규제에 대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 이유기도 하지요.
물론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리 나쁠 것은 없습니다. 휴대폰 가격은 올라갔지만 새로운 공짜폰이 나온 셈이니까요. 그러나 결합상품에 묶이기 싫은 이용자들은 당분간 휴대폰 구매를 미루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통신사들의 마케팅은 언제나 소나기를 피하고 나면 원상복귀 됐었습니다. 이달 말 안드로이드폰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