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애플 ‘아이폰4’ 한국 출시 제외, 일방 발표…KT, ‘애플 리스크’ 부상
- KT 19일 공식 입장 발표…이달 내 출시 사실상 무산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16일(현지시각) 애플이 ‘아이폰4’ 수신결함 해결책 발표와 함께 2차 ‘아이폰4’ 출시 국가를 발표했다. 당초 계획된 국가에서 한국만 제외됐다.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한국 출시 연기 이유를 “정부 승인(government approval)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KT는 애플로부터 사전에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애플의 발표로 KT의 ‘애플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KT는 스마트폰 전략을 ‘아이폰’ 위주로 가져가고 있다.
국내 통신시장은 급격하게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경쟁력 있는 단말기가 없으면 스마트폰 가입자를 유치할 수 없고 이를 통한 무선인터넷 매출도 기대할 수 없다. 사용자들의 단말기 구매 패턴이 2년 약정으로 보편화 되고 있기 때문에 일단 가입자를 내주면 만회하기도 쉽지 않다.
KT의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는 약 100만명. 절대적으로 ‘아이폰’ 의존도가 높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대부분은 ‘아이폰3GS’ 구매자다. KT는 지금까지 80만여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노키아의 심비안 운영체제(OS) 스마트폰 이용자가 13만여명, 삼성전자의 ‘쇼옴니아’ 등 윈도모바일 OS 사용자가 5만여명이다.
스마트폰 경쟁에 있어서 지금까지 KT는 ‘아이폰’, SK텔레콤은 안드로이드폰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다. 물론 전체 이동전화 시장 점유율은 10% 이상 SK텔레콤에 뒤지고 있는 KT지만 스마트폰에서 거의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폰’의 역할이 컸다. SK텔레콤이 다양한 단말기로 사용자 선택권 확대를 추진하는 반면 KT는 믿을만한 단말기에 올인했다. 문제는 KT의 아이폰 판매고가 감소하고 있는 점이다.
또 KT의 ‘아이폰’ 집중 전략은 다른 제조사들이 KT와 협력을 소극적으로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보조금 등에서 차별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모바일 오피스’ 등 기업용 시장도 위기다. KT는 기업용 시장에서도 ‘아이폰’을 주력 단말기로 운영해왔다.
이와 함께 KT가 ‘아이폰’ 사용자들을 위주로 스마트폰 정책을 운영하게 되면서 다른 OS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KT의 애플리케이션 오픈 마켓 ‘쇼앱스토어’도 유명무실해졌다. KT가 내놓는 애플리케이션 대부분도 애플 ‘앱스토어용’으로 개발됐다.
이 때문에 SK텔레콤과 LG U+ 등 경쟁사가 ‘아이폰’을 도입할 경우 KT의 경쟁력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KT는 이에 대해 “애플과 신뢰할 만한 수준의 비즈니스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공언하며 경쟁사의 ‘아이폰’ 도입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그러나 애플의 이번 발표 과정을 보면 KT의 공언은 ‘희망사항’이었음을 보여준다. 제품 출시 연기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마당에 제품 독점 공급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더욱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아이폰’ 구매자의 대부분은 KT 고객이라기보다는 애플 고객이다. 언제든지 다른 통신사로 ‘아이폰’이 나올 경우 이들이 옮겨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셈이다.
한편 KT도 ‘아이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이달부터 구글 ‘넥서스원’, 팬택 ‘이자르’ 등을 앞세워 안드로이드폰 시장을 본격 공략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다른 제조사의 제품 출시도 논의 중이다. ‘아이폰4’ 판매일정에 관한 내용 등은 오는 19일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KT의 스마트폰 전략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 SK텔레콤 등 경쟁사의 ‘아이폰4’ 도입 여부도 주목된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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