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블레이드앤소울’ 이렇게 개발되고 있다”

이대호 기자

[IT전문 미디어 블로그=딜라이트닷넷]

올해 게임쇼 지스타에서 화제를 모았던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블소)’. 뛰어난 그래픽과 화려한 액션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는데요. 현장의 반응도 좋았고 ‘리니지’부터 ‘아이온’까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역사를 써온 엔씨소프트가 내놓을 작품이라 업계의 기대도 큽니다.

‘블소’의 김형태 아트디렉터가 18일 컴퓨터그래픽스 기술 전시행사 ‘시그래프 아시아 2010’에서 게임 개발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현재 ‘블소’는 140명이 붙어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중 절반인 70명이 그래픽담당입니다.

‘블소’는 무협게임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무협게임처럼 안 보이는데요. 이는 ‘블소’ 아트디렉팅이 시작이 고전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무협을 즐기지 않은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고자 한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무협이라고 촌스러울 필요는 없다. 최대한 멋지고 세련되게 만들려고 했다. 장식오브젝트 디자인도 허술하지 않게, 디자인에 완결성이 있도록 개발했다. 물론 무협이라는 세계관을 벗어나는 것에는 한계를 걸어뒀다.”

예를 들면 장식들이 부딪히고 털이 흔들리는 것이 캐릭터의 이동에 따라 매끄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용자가 늘 보는 캐릭터의 뒷모습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습니다.

‘블소’는 통짜 의상이 특징입니다. 상의나 하의, 허리띠, 각주, 장갑, 부츠 등으로 나뉘지 않죠. 처음에 MMORPG 관습을 따르려다 보니 화려한 액션의 구현에 제약이 걸렸다고 합니다. 한 의상이 5~6개로 나뉘니 렌더링도 여러 번 하게 되고 이에 서버에 부하가 걸리는 것이죠.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다. 그러나 디자이너에게 자유가 주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작은 것이라도 디자이너에게는 제약이 된다. 그래서 통짜 의상과 추가악세사리로 통일해 모든 제약을 없앴다. 그때부터 좋은 디자인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림에서 보는 광대나 병아리, 바디페인팅을 한 것 같은 캐릭터들이 디자이너가 자유를 가진 후에 나온 결과물입니다.

그런데 규격화를 탈피해야 한다던 김형태 아트디렉터가 다시 규격의 중요성을 들고 나왔네요. 캐릭터 모델링은 레퍼런스(참조 기준)가 확실히 규격이 잡혀야 한다고 강조하더군요. 규격이 없다면 스타일이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헤맬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기본 모델링에서 승부가 난다. 마인드를 공유하고 철저하게 제작 감수해서 완성품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디테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도큐먼트(문서)화해 쉽게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신규입사자가 적응하고 스타일 유지하도록 규격화를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헤어나 얼굴 부분에서도 정확한 스타일링이 서 있지 않으면 실사와 만화적 표현 가운데서 갈피를 못 잡게 된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MMORPG는 아웃소싱이 흔하게 진행되므로 이러한 규격화, 가이드라인은 필수라는 설명입니다.

그는 이이서 게임 속의 ‘빛’을 강조했습니다. ‘블소’ 개발과정에서 가장 중요시했던 것도 빛이라고 하네요. 이는 캐릭터가 이용자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감정이 어떤지 평화로운 상태인지 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빛이기 때문입니다.

“‘블소’의 빛의 알고리즘은 실제 빛의 논리를 어긋나지 않게 적용하면서 살짝 과장했다. 캐릭터와 배경은 동일한 라이트이지만 다른 알고리즘으로 구현했다. 언리얼엔진3은 우락부락한 괴물들이 멋있게 보이도록 라이팅이 세팅돼 있는데 여성이나 귀여운 캐릭터에도 적당하도록 개조해 사용했다.”

개발과정에서 ‘블소’의 빛 조절이 쉽도록 아예 통합라이팅툴을 만들었습니다. 포토샵을 다루는 것처럼 다른 팩터(요소)를 건드리지 않고 빛을 자유자재로 조절해 캐릭터와 배경의 느낌을 바꿀 수 있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김 디렉터는 툴을 만들어줄 프로그래머를 잘 만나야 한다고 조언하더군요. 물론 프로그래머와도 친해져야 하고요.

그 다음으로는 애니메이션을 강조하더군요. 이용자가 크게 느끼는 부분이 바로 애니메이션이라고 합니다. 애니메이션은 타격할 때 대상의 반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네요. 간단히 말해서 잘 맞아주는 몬스터가 게임의 재미를 배가하는데 큰 요소라는 얘기입니다.

“게임 속 캐릭터를 7:3 비중으로 나눌 수 있는데 7이 인간형이다. 나머지 3도 팔다리가 인간과 유사하게 있는 것들은 공중에 뜨거나 깔리는 모션 등이 가능하게 했다. 인간형이나 육족보행형, 무족형 등의 레퍼런스를 만들고 베이스를 깔아놔 공유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제작코스트를 다운하고 애니메이션의 총 용량도 줄였다. ‘블소’는 피드백이 다양해 애니메이션이 여타 게임의 3배가 된다. 공유시스템이 아니었으면 게임이 못 나왔다.”

‘블소’ 캐릭터의 기본달리기에 포함된 애니메이션 시퀀스의 개수는 80개입니다. ‘아이온’은 33개. 여타 게임도 ‘아이온’과 비슷하거나 많지 않은 수준이라고 하네요. 이는 최근 이용자들이 기본 이동만 보고도 게임의 퀄리티를 단번에 평가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본 이동 애니메이션에 큰 투자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그는 얼굴 디테일에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온’ 때는 눈알이나 치아가 따로 있지 않았지만, ‘블소’는 따로 개발됐습니다. 입모양도 음성에 맞게 맞추고 표정도 변화합니다. ‘블소’에 나오는 모든 대사는 음성처리가 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김형태 아트디렉터는 강연 중에 ‘공유’를 수차례 언급하더군요. 실제로 ‘블소’가 공유된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각기 작업내용을 더하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수고를 많이 덜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는 해외보다 레벨디자이너를 거친 그래픽디자이너가 드물다고 하는군요. 다방면의 경험을 가진 개발자가 적기 때문에 이러한 레퍼런스 공유는 더욱 절실해집니다.

MMORPG 개발력이야 엔씨소프트가 자타공인 세계 최고 수준이기도 하고요. ‘아이온’에 이르면서 개발 프로세스도 상당히 체계화됐습니다. 이후 나올 ‘블소’가 사뭇 기대되네요.
 
[이대호기자 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이대호 기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