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은 지난 17일 자사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마이SQL 최신 버전인 ‘마이SQL 5.5’을 정식으로 출시했습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 후 “마이SQL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약속이 거짓이 아님을 보여준 것입니다.
회사측에 따르면, 새 버전은 스토리지 엔진으로 오라클의 이노DB를 탑재했으며, 멀티 CPU와 멀티코어 하드웨어와 운영 시스템상에서의 성능이 향상됐습니다. 시스템 무정지를 위한 새로운 기능도 추가됐고, 관리기능도 강화됐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지금까지 IT업계 일각에서는 “오라클이 마이SQL을 없애거나 경쟁력을 현저히 약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마이SQL이 오라클의 캐시카우인 ‘오라클 DB’의 수익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본의 아니게 마이SQL까지 얻었지만, 장기적으로 오라클DB에 악영향을 미칠 마이SQL을 언젠가 내팽개칠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그러나 오라클은 이 같은 추측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일갈해 왔습니다. 오라클은 앞으로도 계속 마이SQL에 투자해 나갈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마이SQL 5.5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오라클의 주장이 조금씩 현실화 돼 가고 있다고 보입니다.
오라클은 왜 마이SQL에 관심을 나타낼까요? 궁극적으로 오라클DB의 수익성을 약화시킬 수도 있는데 말이니다.
오라클은 마이SQL을 MS SQL 서버의 견제장치로 키울 생각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DBMS인 MS SQL 서버는 최근 몇 년 장족의 발전을 거두고 있습니다. 소형 서버에서나 사용되던 MS SQL 서버는 최근 종종 대형 시스템에도 탑재되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오라클은 그 동안 MS SQL 서버를 경쟁상대로 보지 않았으나, 점점 성능 및 안정성이 향상되면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즉, 마이SQL은 MS SQL 서버 스나이퍼입니다.
마이SQL의 성능 및 안정성을 MS SQL 수준으로 올린 뒤 MS와 가격경쟁을 벌이겠다는 심산입니다. MS가 저가 공세로 오라클 DB를 위협하고 있지만, 아무리 MS라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의 가격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는 없습니다.
이번 마이SQL 5.5 신제품에 스토리지 엔진으로 이노DB가 탑재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입니다. 이노DB는 ACID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단순 웹사이트 넘어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까지 마이SQL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오라클은 마이SQL을 리눅스와 궁합을 맞출 계획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오라클의 목표는 윈도 서버 시스템에 마이SQL을 탑재하는 것입니다.
오라클은 마이SQL 5.5 출시 보도자료에서 다양한 운영체제를 지원한다고 명시하면서, 맨 앞에 ‘윈도’를 언급했습니다. 또 윈도 서버에서 읽기/쓰기 연산에서 최고 1500%, 읽기 연산에서만 최고 500% 성능이 향상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마이SQL과 리눅스를 떼어 놓을 수는 없겠지만, 오라클은 리눅스 운영체제에서는 마이SQL보다 오라클 DB가 구동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에드워드 스크리번 오라클 최고 아키텍트는 “우리는 계속 마이SQL 기술에 투자하고, 유저 커뮤니티를 지원할 것”이라며 “마이SQL 5.5는 우리가 LAMP(리눅스, 아파치, 마이SQL, PHP) 사용자뿐 아니라 윈도 사용자도 업무상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