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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결산/2011년 전망③]스마트폰·태블릿 빅뱅…소비자 가전도 ‘혁신’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확산이 올해 소비자 가전제품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 우선 스마트폰은 MP3와 PMP의 잠재고객을 흡수하고 있다. 태블릿은 내비게이션 시장을 갉아먹을 것이란 전망이다. 태블릿의 태동은 2008~2009년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 최고의 성장세를 기록했던 미니노트북, 이른바 넷북의 판매량도 떨어뜨리는 등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MP3·PMP·넷북 판매량 ‘뚝’=스마트폰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MP3와 PMP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들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국내 주요 중소업체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기능을 통합한 스마트폰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MP3나 PMP를 따로 구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태블릿의 출현은 넷북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넷북은 경기 침체 시절 최고의 성장세를 구가했었다. 그러나 잠재적 넷북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많은 비용을 지출한데다 태블릿을 구입하기 위한 대기 수요가 생기면서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통신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성장 시장에서 넷북의 판매량 확대는 여전하겠지만, 유럽과 미국, 한국 등 선진 시장에선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내비게이션의 경우 현재까진 직·간접적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일반 PND(포터블 내비게이션 디바이스)형 내비게이션의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핵심 기술인 전자지도를 갖지 못한 업체는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변화와 혁신을 이끌다=그러나 지나친 부정론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MP3와 PMP 등을 다루는 국내 중소 업체들은 올해 부진한 실적이 스마트폰에 따른 것이라기 보단 스마트폰과 같은 제품에 대응하는 신제품을 개발하다보니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올 한해 국내에서 출시된 MP3, PMP 신제품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숫자가 적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이 국내 중소 디바이스 업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기 보다는 이들 제품에 대응하기 위한 신제품 개발 등으로 출시가 미뤄졌던 것이 전반적인 실적 부진의 이유로 풀이된다”며 “내년 초부터 출시될 이들 업체의 신제품은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업체들은 내년 상반기 안드로이드 등 스마트폰 및 태블릿에 탑재된 동일한 운영체제(OS)를 자사 신제품에 채용하는 한편 통신사와 연계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워뒀다.

내비게이션 업체들의 경우 핵심 경쟁력인 전자지도를 앞세워 일반 PND형 내비게이션 시장 및 태블릿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모두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유료 업그레이드 비용을 받는 3D 내비게이션 전자지도가 태블릿 등으로 확산되면 이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도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신사와 연계 전략을 통해 내비게이션 사업을 확장하는 업체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TV 업계. 스마트폰의 파괴력을 옆에서 지켜본 이들은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인터넷 서비스 사용과 애플리케이션 설치가 자유로운 스마트TV를 선보인 상태다. 2위인 LG전자도 내년 CES에서 스마트TV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3위 소니는 구글, 인텔과 손잡고 이른바 ‘구글TV’라는 스마트TV를 북미 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이른바 스마트 디바이스의 출현이 소비자 가전 기기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며 “결론적으로는 서로 엇비슷한 모습으로 발전하는 모양새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의 경계를 넘어=이 같은 추세에 따라 내년에는 업의 경계를 넘어선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휴대폰 업체는 스마트폰의 OS와 애플리케이션을 연계해 PC 및 MP3와 PMP 등의 수요를 뺏어온다는 전략을 세웠고, 전통적 PC 업체와 중소 디바이스 업체들 역시 태블릿과 스마트폰 등을 출시하며 맞불을 놓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IT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장악해온 운영체제 및 CPU 시장의 경쟁구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태블릿은 구글 안드로이드 등 기존 스마트폰 OS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크롬OS(구글), 미고OS(노키아, 인텔) 등도 가세할 예정이며 전통적 PC 분류가 아닌 모바일 시장에선 인텔과 ARM의 한판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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