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010년 결산/2011년 전망②] 데이터 폭발…통신업계, ‘불확실성의 시대’

윤상호 기자

 

[2010년 결산/2011년 전망②] 

 

- 통신사, 시장 지배자에서 단순 네트워크 사업자로 위상 하락…융합 먹거리 찾기 가속화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통신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무선의 강자 SK텔레콤도 유선의 강자 KT도 안심할 수 없다. 스마트폰 때문이다. 단말기 전략도 네트워크 전략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스마트폰 열풍은 통신사를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서 네트워크 제공자로 위상을 떨어뜨렸다. 이들의 의사보다는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가 통신 시장을 움직인다. 전 세계 통신사가 마찬가지 입장이다.

◆통신사 ‘닫힌 시장’ 해체 본격화=올해 국내 통신 업체는 성장이 정체에 빠졌다. 통신요금 인하 압박이 심화되면서 음성 중심 매출은 감소세다. 온가족 무료 등 각종 결합을 통해 할인을 제공하는 것이 본격화 됐다. 일반폰 가입자가 스마트폰 가입자로 전환되면서 가입자당 평균매출액(ARPU)는 상승으로 돌아섰지만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그만큼 네트워크 투자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증가할수록 무선 인터넷 사용량이 늘어나 통신업계의 네트워크 관리에는 빨간등이 들어왔다. 스마트폰 정액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내놓은 데이터무제한 서비스는 이에 기름을 부었다. 무선 인터넷 트래픽은 통신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작년 9월에 비해 지난 9월 기준 많게는 300배 가까이 늘어났다. 무선 인터넷 폭발은 이동통신 도입 초기인 2000년대 초에 발생했던 통화 품질 문제를 다시 도마 위에 올렸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이 활성화 되면서 국내 통신업체의 부가서비스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동안 국내 통신사는 통신사별로 ‘닫힌 시장(walled garden)’을 운영하면서 통신요금 외적인 콘텐츠 수익을 독점해왔다. 스마트폰은 이 시장을 개방해 통신사가 대부분을 가져가던 수익을 플랫폼 사업자, 콘텐츠 업체 중심으로 바꿨다.

◆SK텔레콤·KT, 스마트폰 ‘불꽃경쟁’… LG유플러스 ‘소외’=가입자 수가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통신 시장 구조는 여전하다. SK텔레콤과 KT의 스마트폰 가입자 경쟁은 2G에서 3G로 넘어갈 당시 벌였던 1, 2위 다툼보다 치열하다. SK텔레콤은 무선의 경쟁력을, KT는 유선의 경쟁력을 극대화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기존 3G 네트워크 주파수 대역을 수도권의 경우 4FA에서 6FA로 늘리는 등 이동통신 네트워크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KT는 무선랜(WiFi)와 와이브로를 확대해 무선 사용량을 유선으로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폰 대응을 위해 SK텔레콤은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안드로이드 플랫폼과 KT는 애플이 만든 아이OS 플랫폼의 손을 잡았다. 지난 10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약 570만명으로 작년 11월에 비해 12배나 늘었다. 각 통신사의 대표 단말기로 자리 잡은 삼성전자 ‘갤럭시S’는 200만대, 애플 ‘아이폰3GS’와 ‘아이폰4’는 170만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연초 LG텔레콤, LG파워콤, LG데이콤 등 3사를 합병하며 규모의 경제를 구축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LG전자가 스마트폰에서 고전하면서 결과적으로 통신업계 경쟁에서도 소외됐다. 국내 이동통신가입자가 5000만명을 돌파했음에도 불구 LG유플러스 가입자는 지난 9월 기준 5년 8개월 만에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이다. 연내 900만명 달성도 힘들어 보인다.

◆통신업계, 새 수익원 찾기 ‘발등의 불’=통신 3사의 통신 외적인 수익원 찾기도 본격화 됐다. SK텔레콤은 산업생산성증대(IPE), KT는 ‘스마트(S.M.ART)6’, LG유플러스는 ‘탈통신’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다 같은 방향이다. 기업 시장과 이종 산업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통신업계의 시도다. 특히 모바일 오피스 경쟁이 치열했다. SK텔레콤과 KT의 구축사례는 경쟁적으로 들려왔지만 LG유플러스의 이름은 찾기가 어려웠다.

유선 시장 경쟁은 결합상품 경쟁과 맞물려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KT의 유선전화 매출은 인터넷전화로, 이동전화로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다. IPTV는 가입자 300만명을 넘었지만 여전히 자생력이 불투명하다.

2011년 통신업계 기상도는 안개 속이다.

우선 2011년 스마트폰 사용자는 최대 1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무선 인터넷 사용량은 보수적으로 예상해도 올해의 3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음성과 데이터라는 전통적 통신 분야에서 수익은 불투명한데 네트워크 투자는 끝없이 진행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스마트폰 부메랑, 데이터무제한 서비스 유지될까=태블릿, 스마트 TV,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등 통신사의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과 함께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모든 업체에 망을 개방해야 한다는 ‘망중립성’이라는 문제까지 부각됐다. 통신사의 네트워크를 빌려 저렴한 통신 요금으로 기존 통신업계와 경쟁을 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출현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LTE로 대표되는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 및 속도 경쟁, 기존 네트워크의 품질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미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는 LTE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것과 맞물려 국내 통신업계가 데이터무제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국내보다 앞서 스마트폰 폭발을 경험한 해외 통신업계는 이미 모두 데이터무제한 서비스를 철회했다.

스마트폰 가입자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구글과 애플 플랫폼의 양강구도는 지속되는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의 리스크 관리의 방향이 주목된다.

◆KT, 아이폰 리스크 탈출 가능성은?=KT는 스마트폰 가입자 대부분이 아이폰 사용자다. 애플이 공급처를 다변화 할 경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KT도 이에 대한 대책으로 안드로이드 단말기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통신방식 차이로 수급할 수 있는 단말기가 제한돼있어 LG전자가 얼마나 빨리 스마트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일반폰에서 카시오의 ‘캔유’처럼 외산 단말기 업체를 우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클라우드 서비스도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이 늘어날수록 스마트폰과 PC 등에서 콘텐츠 공유서비스의 필요성이 증가한다. N스크린으로 대변되는 이 서비스를 위해서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필수다.

2011년 4분기로 예정된 글로벌 통신업계의 통합 모바일 플랫폼 도입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애플과 구글의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통합 모바일 플랫폼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경우 휴대폰, 통신, 콘텐츠 산업 등 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변화가 또 한 번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유선상품, 무선 상품 부가서비스화 심화=‘TB끼리 온가족 할인’으로 대표되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시작한 유선상품의 무선상품 부가서비스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IPTV로 연계되는 결합상품이 확산될수록 유선 단독 경쟁력은 의미가 없다.

모바일 오피스로 촉발된 기업 및 이종산업에서의 먹거리 찾기는 이제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시기다.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지만 방향은 2011년에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기업 시장은 한 번 거래처가 결정되면 이를 깨뜨리기가 개인 시장보다 어렵다. SK텔레콤과 KT의 양강의 틈새를 LG유플러스가 어찌 파고들지가 문제다. 의료법 등 관련 법의 개정 시기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근거리무선통신기술(NFC: Near Field Communication) 등을 적용한 이종서비스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NFC는 RFID의 일종으로 쌍방향 통신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읽기뿐만 아니라 쓰기 기능도 지원하기 때문에 교통카드 역할은 물론 충전기 역할까지 할 수 있다. 최근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2.3버전(진저브레드)를 통해 지원 계획을 밝히는 등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기술이다. SK텔레콤과 KT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여부는 새해에도 여전히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SK텔레콤 정만원 대표가 여러 번 공식석상에서 합병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유무선 통합 경쟁력은 계속 중요해지고 있으며 KT와 LG유플러스는 이미 합병을 했다. 걸림돌이었던 SK브로드밴드 실적도 개선되는 추세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윤상호 기자
crow@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