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계속되는 통신요금 인하 요구…문제는 없나?

채수웅 기자
- 윤증현 기재부 장관 “공정위·방통위 관련 제도개선을”
- 통신사, “착시현상·투자여력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정부가 연일 통신비 인하를 강조하고 있어 통신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최근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가계통신비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이 단순한 음성통화 기능을 넘어 컨버전스 기기 역할을 하고 있고, 휴대폰 결제가 늘어나는 부분을 통신비로 오인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통신비 인하를 위해 관계부처가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고 나서면서 통신비 인하 이슈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

윤 장관은 9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정유, 통신산업 등 독과점 성격이 강한 산업에 대해서는 경쟁을 확산시킬 수 있는 시장구조 개선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공정위와 방통위를 중심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가격인가 방식을 재검토하는 등 가격경쟁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연구해달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통신비가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이라며 “통신비를 낮추는 것이 서민 생계비 부담을 줄이는 데 중요하지만, 통신산업의 생산성 향상에 비해 가격하락은 미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이미 지난달 13일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스마트폰 무료 음성통화량 20분 이상 확대, 청소년 및 노인 대상 스마트폰 요금제 조기 출시 등의 방안을 마련했으며 사업자와의 협의를 거쳐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음성매출 떨어지는데 요금 부담은 늘었다?=윤 장관의 지적처럼 실제 통신요금은 꾸준히 하락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이후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 입장에서 보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가입비·접속료 제외)은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지난해 ARPU는 2만6796원으로 전년대비 3% 감소했다. SK텔레콤 역시 3만6204원으로 1% 줄었다. 최근 몇 년간 문자요금 인하, 초당과금 도입, 데이터 및 선불요금제 등의 연쇄적인 인하 탓이다.

여기에 최근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사용이 늘어나면서 통신사들의 음성통화 매출은 감소폭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계통신비는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유는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고 휴대폰을 통해 다양한 문화활동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를 휴대폰으로 구매하고, 휴대폰이 실질적인 지갑역할을 대신하면서 착시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통신사들의 설명이다.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매하면서 내야되는 요금에 단말기 할부금이 포함돼 있는 것도 한 역할을 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일반 휴대폰에 비해 데이터 요금이 포함된 스마트폰 요금제를 통해 매출 회복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지난해 통화료 매출 감소규모는 5140억원이지만 무선인터넷 매출 증가분은 3500억원이다.

◆만만한게 통신비?…통신업계 속앓이=이 같은 상황이지만 통신업계는 매년 반복되는 통신비 인하 요구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거나, 선거철 등 민생과 관련되는 대형 이슈가 발생할때마다 통신비 인하는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통신비 인하 이슈가 서민물가 안정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어 제목소리를 내자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출범하면서 통신비 20%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통신요금정책을 관장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시중 위원장은 지난해 말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의 통신비 20% 인하 공약은 이미 달성됐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당초 공약이 음성통화요금 인하를 전제로 했는데, 그러한 측면에서 공약은 이미 달성됐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음성매출 감소를 회복하기 위해 효자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스마트폰이 지금 당장에는 애물단지다. 스마트폰은 상대적으로 고가의 기본료를 내야되고, 데이터 통화요금, 단말기 할부금도 포함된다. 여기에 애플리케이션 구매 등 소액결제 금액도 고지서에 포함돼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한마디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화량은 그대로인데 내는 요금은 배 가까이 뛴 느낌이다.

이에 대해 통신사는 실제 통화요금은 수년째 인하돼왔고, 최근 스마트폰으로 인한 요금부담 증가분도 구분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경우 할부금에 데이터 요금 등도 포함돼 있다”며 “그 외에 소액결제의 경우 문화비로 봐야 하는데 요금고지서에 같이 나오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착시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 무제한의 경우 제대로 서비스하려면 망투자를 지속적으로 해된다”며 “차세대 통신설비 투자를 위해서는 조 단위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통신사의 투자여력을 감안해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기자
woong@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