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2.1GHz 주파수 전쟁…과거·현재·미래를 봐야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SK텔레콤 등 이동통신3사는 현재 2세대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재할당을 신청했다.

하지만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부문은 2.1GHz 대역의 20MHz폭. 경매가 될지, 한 사업자에게 할당할지, 분할경매가 이뤄질지 아직 구체적인 할당방식이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통3사 모두 2.1GHz 주파수는 우리가 가져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 선택의 기준은 일단 현재 통신사들의 네트워크 현황이다. 그리고 논쟁이 불가피한 이통시장의 역사와 미래까지도 주파수 할당의 중요한 논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하나 바뀐 상임위원들이 통신시장의 경쟁정책과 주파수를 어떻게 결부시키느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1GHz 주파수 미운오리서 백조로=SK텔레콤은 800MHz 대역의 50MHz 중 30MHz에 대해서, KT와 LG유플러스는 1.8GHz 대역의 20MHz씩 신청했다. 이들 주파수는 현재 통신3사가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여서 큰 의미는 없다.

시장의 관심은 2.1GHz이다.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2.1GHz 대역의 20MHz는 과거 LG유플러스(옛 LG텔레콤)이 반납한 것이다.

황금 주파수로 불리우는 800MHz 대역 주파수처럼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3G,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세계 주요 통신사들이 이 대역에서 3G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만큼 단말기 수급에 유리하다.

이미 2.1GHz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는 SK텔레콤과 KT는 늘어나는 데이터를 소화하기 위해서, 과거 2.1GHz를 반납했던 LG유플러스는 주류로 편입하기 위해 반드시 2.1GHz 대역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외적으로 2.1GHz 대역 주파수를 가장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는 곳은 LG유플러스다. '가난의 대물림', '역차별 해소' 등 강력한 문구를 통해 "이 주파수를 우리에게 달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통신3사 공히 주파수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고, 경매나 분할할당이 이뤄질 경우 LG유플러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2.1GHz를 둘러싼 역사적 오해와 진실은?=통신사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2.1GHz 주파수 20MHz는 지난 2001년 LG유플러스(옛 LG텔레콤)가 정보통신부에 반납한 것이다.

당시 정통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40MHz씩 할당했다. 문제는 SK텔레콤과 KT에게는 비동기 방식인 WCDMA 용도로, LG유플러스에는 동기식인 CDMA 용으로 주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결국 사업포기를 선언했고,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당시 남용 LG텔레콤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바로 이 부분이 정성적 평가에서 중요한 논리 중 하나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LG유플러스가 주파수를 반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지금 오늘날 어떻게 평가가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2006년 당시 남용 LG유플러스 사장은 "IMT-2000을 꿈의 이동통신이라고 생각하고 굉장한 붐이 조성되면서 사업자마다 엄청난 비용을 지불했다"며 "하지만 당초 취지가 그대로 반영된 나라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이를 놓고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LG유플러스에서는 2.1GHz 주파수를 받는 것이 과거 잘못된 정책을 원상태로 돌리는 것이며 역차별을 해소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사실, 지금에서 어떻게 평가 받을까=이 같은 역사적 현상에 대해 시각이 저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에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2.1GHz) 주파수 배분문제는 단면으로 끊어놓고 볼 것이 아니라 전체 역사를 봐야 한다"며 "실패한 경영이 있고 성공한 경영이 있기 때문에 성공한 경영보고 손해보라고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당시 LG유플러스의 주파수 반납에 대해 '실패한 경영'이라고 결론지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영진에서 미래를 예측하지 못해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는데 경영에 성공한 다른 통신사에게 손해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해서 경영성과로 이어진다는 부분은 계량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가 반납한 2.1GHz 대역 중 20MHz를 확보했다. 데이터 폭증을 예측하고 주파수를 확보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와 800MHz 반납분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한 KT나 LG유플러스 역시 한발 먼저 결정했더라면 2.1GHz 주파수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실제, 통신사들이 800MHz 등 저대역 황금주파수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을때 방통위에서는 오히려 2.1GHz 주파수가 실질적인 황금주파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2.1GHz에 관심을 갖는 통신사는 없었다는 후문이다.

신용섭 상임위원은 "IT산업은 변화가 너무 빨라 미래를 예측해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데이터, 스마트 시대가 오면서 결과적으로는 통신사들이 예측에 실패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역사와 현재, 미래를 아울러 정책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는 2.1GHz 주파수 분배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통신3사의 이목이 방통위에 집중되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기자
woong@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