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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을 넘어 소송까지…삼성전자의 속내를 확인하고픈 애플?

한주엽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애플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이 자사 제품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 지방 법원에 현지시각으로 15일 소장이 접수됐고 19일 외신을 타고 국내 언론에도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고 있다. 소장 접수 사실을 통보받은 삼성전자는 맞소송이라는 강력 대응 카드를 꺼내들었다.

온갖 조롱을 참아냈던 삼성전자의 이 같은 강력 대응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삼성전자가 LG전자 마냥 애플을 깔 수 없는 이유는 분명했다. 지난해 6조1600억원치의 반도체와 LCD를 애플이 구매해갔다. 남는 것 없는 장사라도 이 정도의 매출 규모라면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참고 또 참아야 한다.

TV는 기술도 판매도 삼성전자가 1등이지만 스마트폰은 상황이 다르다. 끓어오르는 화를 식히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슬금슬금 부품을 팔아 이익을 챙기고 완제품 경쟁력을 키워야 했던 삼성전자였다.

그러나 애플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맞소송 외 삼성전자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가 않다. 나는 인정해도 대외적으로는 인정하기 싫은 것들이 있다. 조롱은 참아주지만 법적 공방으로 비화되면 삼성전자는 맞소송으로 방어할 수 밖에 없고 더 이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도 힘들어진다.

사업부 독립채산제라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다. 구매와 마케팅 채널이 다르지만 역시 하나의 애플이다. 갑을 관계에 있어 을이 갑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부품 공급에 관한 애플의 속내가 일부 드러났는데 삼성전자와 거래가 완전히 끊어지면 애플도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 단기적으로는 큰 손해를 입는다.

완전한 갑도, 완전한 을도 아닌 것이 지금의 삼성전자와 애플의 관계다. 공생하고 경쟁하는 재미있는 관계다. 서로 눈치를 볼 수 밖에 사이인데 결정적으로 삼성전자는 애플을 알고 애플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삼성전자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대만 혼하이가 TV를 위탁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이미 갖췄고, 콘텐츠 유통 체계를 확립한 애플이 왜 LCD TV는 만들지 않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삼성전자와의 관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삼성전자도 HP와 델을 의식해 북미 지역에서 PC를 제대로 팔 수 없었던 과거 사례가 있다. 득보다 실이 크면 삼성전자도 수세에서 공세로 자세를 바꿀 수 있다. 오라클도 자사 서버 팔겠다고 HP를 겨냥해 DB 지원을 중단하지 않았나.

애플이 삼성전자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갤럭시S 2의 성공적 론칭을 방해하기 위한 물타기용 소송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CEO 거취 문제가 불거지면서 당초 그려놨던 로드맵보다 빨리 빅 스크린으로 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면 삼성전자를 싸움판으로 끌어들여 속내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삼성전자와 삼성 계열사를 제외하고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기란 애플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싸움에서 애플의 하드웨어 경쟁력 저하라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완제품 사업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 삼성전자 내부에는 내심 애플의 이 같은 도발 행위를 기다렸던 이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한주엽기자 블로그=Consumer&Prosu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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