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자 스토리] 힘든 SW 개발자 생활… 결국 남는 건 ‘사람’

심재석 기자
IT 산업의 주인공은 개발자다. 현재 전세계를 호령하는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의 창업자들은 모두 개발자 출신이며, 개발자의 힘으로 현재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현재 이 회사들에 가장 중요한 자산도 개발자들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IT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발자다. 그들의 창의력과 기술력이 IT산업을 이끌어간다. ‘사람’

하지만 국내 개발자들은 주인공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강도는 세고, 그에 비해 처우는 좋지 않다는 비판은 이제 지겨울 정도다. IT개발자를 지원하는 청년들이 줄어들었고, IT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왔다.

개발자들은 제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었다. 미디어는 극단적인 목소리만 담아왔다. 디지털데일리는 국내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 대표업체 투비소프트와 함께 국내 개발자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개발자들의 희노애락을 그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연재코너를 마련했다. 일곱 번째 이야기는
투비소프트 교육사업팀 김지영 팀장이 전한다. [편집자 주]


논어에 『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 만 못하다)』 라는 말이 있다.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다면 그건 아주 큰 축복이다.  개발도 즐기면서 할 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개발은 생각보다 아주 즐거운 작업이다. 다만 일부 열악한 환경들이 때로 즐거움을 고통으로 만들곤 한다. 그런 고통 속에서 잔잔한 기쁨들이 있어 그 힘든 시간들을 견디게 해준다.

필자에게 일의 즐거움을 주는 것은 ‘사람’이다.

 

예전에 개발했던 프로젝트를 떠올려 보면 그때 썼던 언어나 익혔던 업무보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먼저 떠오른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워 바짝 긴장한 나에게 ‘신입, 내가 점심 사줄게 ‘라며 점심을 사줬던 선배.  점심을 함께 한 적이 한 두 번도 아닌데 유독 그때가 기억에 남는다.

또 한번은 생일선물로 삶은 계란 한판을 받은 적도 있다. ‘라면 먹다 내가 생일인 것이 생각났다’면서 식당에서 사왔단다. 그 덕에 동료들과 까먹었던 계란 냄새가 하루 종일 사무실에 진동을 했었다. 무척 유쾌하고 배부른 선물이었다.

홍어 집에서 팀 회식을 하고 귀가하던 길, 세 명이 같이 탔던 택시 안에서 추운 겨울임에도 택시기사가 홍어의 지독한 냄새 때문에 조용히 창문을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춥다 소리도 못하고 숨도 잘 못 쉬면서 킥킥대던 기억들.  그렇게 우리는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며 쌓였던 피로를 날려 버렸다.

간혹 프로젝트를 수행하러 나가보면 자리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대부분 회의실에 임시 프로젝트 룸을 만들어 놓는다.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파오는 회의실 의자, 조금만 움직여도 서로 부딪치기 일쑤인 좁은 공간, 창문이 많지 않아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작은 어항 하나 갖다 놓고 물고기를 키워가며 끈끈한 동료애를 보여주었던 사람들.

떠오르는 에피소드들만큼이나 생각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지금도 첫 월급 탔다며 빵과 우유를 수줍게 사다 놓고 가는 팀 막내에게서 종합선물 같은 즐거움을 받는다. 사람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십여 년 개발자 생활 끝에 '남은 게 뭐냐'고 물으면 업무능력이나 개발에 대한 노하우보다 회사동료로 시작해서 지금은 마음속내까지 털어 놓고 지내는 죽마고우 같은 친구들이라고 답하겠다.


필자에겐 단 한번도 프로젝트가 쉽거나 만만한 적이 없었다. 힘든 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모든 프로젝트가 어려웠었다.  오죽하면 개발자들끼리는 ‘좌로 구르나 우로 구르나 똥 밭이야’ 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힘든 프로젝트들을 모두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건 함께 했던 동료들 덕분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개발자들이 고되고 힘든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겠지만, 오늘 하루 즐거울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길 권한다.

그리고 지금의 고된 시간들이 훗날 나를 지탱해주는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 희망하며 오늘 하루 하루치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길 바라본다.

<투비소프트 교육사업팀 김지영 팀장>

심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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