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정말 SAP를 선택할 수 있을까?
최근 포스코가 자사의 전사적자원관리(SAP) 시스템을 오라클에서 SAP로 교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관련기사 포스코 ERP, SAP로 교체하나)
ERP 업계에서는 매우 깜짝 놀랄만한 소식입니다.
더구나 포스코의 오라클 기반 프로세스혁신(PI) 프로젝트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ERP 업계에서 오라클이 현재의 위상을 차지하게 된 것도 포스코라는 성공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현재 오라클 ERP의 빅4 고객으로는 대한항공, 포스코, LG전자, KT가 손꼽힙니다. 이중 KT가 이미 오라클을 떠나 SAP 품에 안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만약 포스코까지 SAP를 선택한다면 나머지 기업들도 오라클 품에 남아있으리라는 장담을 할 수 없게 될 지도 모릅니다.
◆오라클에게 포스코란…
포스코는 지난 1999년 초 회사 업무 전반을 개혁하는 대형 프로세스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오라클과 SAP 중에 어떤 패키지 솔루션을 사용할 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당시 전체 정보시스템 구축 예산만 2000억 원에 달했던 어마어마한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 ERP 도입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라클과 SAP가 사운을 걸고 포스코 PI 사업에 매달린 것은 당연했습니다. 오라클은 당시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6개월간 합숙까지 하면서 수주전을 펼쳤습니다. 결국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오라클이 포스코 ERP 패키지 공급자로 선정됐으며, 한국오라클은 국내외에서 SAP의 경쟁상대로 급부상했습니다.
시스템 구축 작업은 수주보다 더욱 어려웠습니다. 당시 포스코가 도입한 오라클 ERP 제품인 ‘E비즈니스 스위트’는 시장에 막 출시된 최신 제품이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도입한 사례가 없어 아직 시장에서 검증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포스코는 최신 기술을 과감하게 받아들였고, 시스템 구축 현황을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이 직접 보고받았을 정도로 오라클 본사에서도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 포스코가 정말 SAP를 선택할까
정말 포스코가 오라클을 버리고 SAP를 선택할 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포스코 현업 임원들이 오라클보다 SAP를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ERP 시스템 교체에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막상 현실화 될 것인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지난 1999년 1기 PI프로젝트 당시 약 1년 6개월에 걸쳐 투입된 컨설턴트만 1300여명, 도입한 오라클의 제품만 40여개 모듈입니다. 이를 다 SAP로 교체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과 시간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오라클이 포스코의 SAP 선택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포스코에 자사 제품을 공짜로 주는 한이 있어도 SAP로 이동하도록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본사 차원에서도 포스코는 매우 상징적인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오라클은 ERP뿐 아니라 DB, 미들웨어, 서버 등 다양한 세계 정상급 제품라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매우 많습니다.
그러나 KT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KT도 한국오라클의 빅4 ERP고객이었지만, 결국 SAP로 ERP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특히 당시 KT의 최고정보책임자(CIO)가 한국오라클 대표 출신이었음에도 한국오라클은 KT를 잃었습니다.
다만 KT의 경우 KTF와의 통합이라는 변수가 있었다는 점은 좀 다릅니다. KT는 오라클, KTF는 SAP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둘을 통합하면서 SAP를 선택한 것입니다.
현재 포스코가 오라클을 선택할 지 SAP를 선택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아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포스코의 결정은 국내 ERP 업계와 철강업계를 들썩이게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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