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HW와 SW의 결합, 토털 플랫폼이 이젠 대세

이상일 기자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소위 궁합이라는 것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신랑 신부의 사주(四柱)를 오행(五行)에 맞춰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을 보아 길흉을 점치는 방법이라고 한다.(네이버백과사전)

 

하지만 궁합은 넓은 의미로도 많이 쓰인다. 흔히 조직 간의 궁합이라던지, 제품과의 궁합이라던지 하는 식이다.

 

IT업계에서도 이러한 궁합이라는 용어는 자주 쓰이는 편이다. 특정 MP3플레이어와 특정 이어폰의 궁합이 맞는다던지 아니면 특정 서버와 특정 데이터베이스(DBMS)와의 궁합이 잘 맞는다는 얘기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사실 넓은 의미에서 궁합은 서로 다른 대상이나 사물이 합쳐졌을 때 서로 보완하거나 아니면 비슷한 점이 많아 하나로 뭉쳐져 있을 때 좀 더 나은 효과를 거두는 것을 지칭하기도 한다.

 

궁합은 요즘 기업용 IT시장의 화두이기도 하다. 최근 기업용 IT업체들은 하나의 벤더가 모든 것을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오라클, IBM이다. 이들은 그동안 하드웨어와 솔루션이 따로따로 제공되면서 최적의 성능을 이끌어 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수합병을 통해 솔루션부터 하드웨어까지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데 주력해왔다. 오라클의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가 좋은 예다.

 

이는 고객의 입장에서 제품 간의 좋은 궁합을 찾는데 소진하는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단일 기업이 솔루션부터 하드웨어까지 모든 것을 제공하는 만큼 제품 사상이나 설계에 최적화된 소위 최적의 궁합을 사전에 맞춘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기업 입장에서는 솔루션을 얹을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솔루션과 하드웨어의 포트폴리오 확보는 중요하다. 플랫폼이라는 의미는 IT업계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지만 개별의 단위 솔루션이나 서비스가 올라갈 수 있는 토대를 얘기하곤 한다.

 

15일 구글이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라는 플랫폼을 통해 하드웨어 없이 통신 디바이스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구글이 이제는 하드웨어까지 손을 대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뉴스에 업계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장은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로 휴대폰 시장의 강자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이 애플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한 이유는 하드웨어와 운영체제와의 최적의 궁합을 찾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구글이 범용 운영체제를 지향하다 보니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에 초점을 맞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구글이 처음부터 끝까지 제품의 세세한 부분을 직접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오라클이나 IBM처럼 솔루션에 최적화된 그리고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구글의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가 스마트폰 시장을 노린 단편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모토로라모빌리티가 가지고 있는 통신, 국방 분야의 수많은 특허를 확보하면서 특허경쟁에서 한 발 앞서갈 수 있게 됐으며 셋톱박스 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글의 소프트 플랫폼 파워를 기반으로 한 하드웨어 약진이 예상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어쨌든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시장의 플랫폼 강자였던 구글이 하드웨어라는 또 다른 플랫폼을 확보하게 된 이상 여러 가지 시너지를 추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만은 사실이다.

 

기업용 IT업계에도 이러한 구글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글은 이미 자체적으로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서버자원을 직접 설계하고 있으며 여기에 축적된 노하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언제든지 구글이 기업용 서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막강한 솔루션 및 서비스 파워를 통해 하드웨어까지 섭렵함으로서 기업용 IT시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은 앞서 말한바와 같이 오라클과 IBM 등 글로벌 벤더의 행보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기업용 IT시장에서의 패러다임은 이제 일반 고객 대상 IT시장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단순히 콘텐츠만 잘 만든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얹을 수 있는 플랫폼까지 내다봐야 하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흔히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하곤 한다. 하지만 최근 IT시장의 조류는 이러한 틈새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 블로그 = IT객잔]

이상일 기자
2401@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