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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티브 마켓’에 대한 몰이해… IT서비스업계가 원하는 해법은?

박기록 기자

- 대기업계열 IT서비스 압박하는 정부, 정책적 효과 거둘 수 있나? ②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대기업 계열 IT서비스회사를 대상으로 한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실태 조사는 물론 목적을 가지고 있다.

 

‘공정사회 구현’과 같은 거대 담론까지는 아니더라도 물류, 유통, IT서비스회사 등 주로 그룹내 비상장 자회사를 통한 대기업 오너들의 부의 축적을 편법이라고 보고 있고 정부는 할 수 있는 선에서 이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기업 계열이 아닌 보통의 중견 IT서비스업체들은 이를 어떻고 보고 있을까. 과연 그들은 대기업 계열 IT서비스회사에 대한 공정위의 압박으로 혹시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 대기업계열의 일반 IT서비스업체들의 반응도 역시 냉소적이긴 마찬가지다.

 

중견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크게 관심은 없다. (공정위의 조사가) IT서비스업계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 정부와 대기업간의 힘겨루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논란은 현재 IT서비스업계에 만연돼 있는 문제점 해결에도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시장구도만 열악해질 우려...업계 “현실과 동떨어져”= 이 관계자는 “만약 대기업이 그룹내 IT서비스 자회사의 물량을 인위적으로 줄이게 될 경우 오히려 풍선효과로 인해 기존의  시장 구조가 더 열악해 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은 기존 그룹내 시장(Captive Market)에서 정상적인 이윤을 보장받고 일반 경쟁시장에서 최소한의 마진 또는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약탈적 시장진입 전략을 구하고 있다.’


이것은 기존 대기업 계열 IT서비스회사들에 대한 일반적인 시장의 인식이다. 물론 대기업 계열 IT서비스회사가 모두 이같은 약탈적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몇몇 대형 IT서비스업체에 국한된 얘기일 수도 있다. 

 

정부의 압박으로 대형 IT서비스회사가 설사 그룹내 물량을 줄인다 하더라도 이를 일반 경쟁 시장에서 보충해야하기 때문에 결국 오픈 마켓에서의 시장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결국 기존 IT서비스업계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새 대형 IT서비스회사들의 매출 경쟁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특히 삼성SDS, LG CNS, SK C&C 등 빅3의 경우 외형 경쟁에 대한 신경전은 더욱 날카롭게 전개되고 있다. 

 

중견 IT서비스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정규모 이하의 공공 IT사업에선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입찰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사실상 규모가 영세한 IT업체를 '바지'로 내세워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것이 예전보다 더 심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캡티브 마켓’에 대한 몰이해, 또 다른 문제 = 한편 그룹내 시장, 즉 IT서비스업체들은 이를 '캡티브 마켓'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IT서비스 업계에선 이러한 캡티브 마켓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않다.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라고 표현했듯이 '캡티브 마켓'을 단순히 그룹에서 계열 IT서비스회사에 물량을 인위적으로 몰아주는 구시대적 관행쯤으로 여전히 보고 있다는 것. 

 

하지만 대기업의 IT업무 의존도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또한 모바일 오피스와 같은 혁신적인 업무 프로세스 개선 프로젝트 등은 현실적으로 계열 IT서비스회사의 역량과 비례하고 있다.

 

현재 대형 IT서비스회사들은 경쟁적으로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 등 IT 혁신 이슈 선점에 나서고 있고 이를 위해 이미 막대한 자금과 조직, 인력을 투입한 상태다.

 

삼성, LG, SK, 롯데 등 그룹내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선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바일 오피스 등 IT혁신 사업들을 단순히 '일감 몰아주기'로 보는 인식은 분명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견 IT서비스업체의 한 관계자는 "캡티브 마켓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가 자칫 잘못된 처방을 내리는 우를 범할 수 있고 이는 또 다른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은 상생전략의 강화가 해법 = 결과적으로 이번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실태 조사와 관련, IT서비스업계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차원이라면 특정 대형 IT서비스 기업에 대한 압박보다는 제도적인 보완이 더 강화돼야한다"것으로 요약된다.

 

예를 들면 일정규모 이하의 공공SW 사업에서 대기업 입찰 가능 사업의 예외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상생을 위한 시장관리에 더 정부의 역량을 쏟아야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공공 SI(시스템통합)사업 발수시 입찰과정의 가격담합, 가격후려치기와 같은 원가이하의 수주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 협력업체에게 고통분담 요구 등 실제  IT서비스업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잘못된 관행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공정사회 구호에 조금이라도 부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소프트웨어진흥법에 따르면 매출액 8000억원 이상의 대기업은 대기업은 40억원 이하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는 참여할 수 없고, 매출액이 8000억원 이하의 대기업은 20억원 미만 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는데 그 동안 예외규정을 이용하면 대기업도 소규모 정보화 사업에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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