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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바람 잘날 없는 ‘서든어택’

이대호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온라인 총싸움(FPS)게임 ‘서든어택’이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넥슨과 PC방 협회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인문협)다. ‘서든어택’은 PC방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인기게임으로 이번 논란은 예고된 바 있다.

일단 ‘서든어택’이 넷마블에서 넥슨으로 서비스가 이관되면서, PC방 업주가 부담하는 시간당 이용료가 올랐다. 여기에서 양측의 의견이 갈린다.

넥슨 측은 기존 넷마블의 정액 요금제에서 정량 요금제로 바뀌면서 오히려 중소 PC방은 부담이 덜하다는 주장이다. 기존보다 추가로 발생된 금액이 있을 경우 이 중 최대 70%를 돌려주는 페이백(payback) 서비스를 통해 지출이 증가할 수 있는 대형 PC방도 부담을 완화했다는 설명이다. 페이백 서비스는 내년 8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넥슨은 전국 6000여개 PC방 업체의 설문 조사를 통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반면 인문협은 혜택을 볼 수 있는 중소형 PC방은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인문협의 조영철 국장은 “기본 단가를 100원 정도 올려놨기 때문에 부담이 줄어드는 업소들이 많지 않다”며 “오히려 업계 전체로 보면 최소 200억원을 더 줘야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인문협은 기존 넷마블의 ‘서든어택’ 이용료를 1시간당 145원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인문협이 PC방 분석사이트 게임트릭스의 과거 8개월간 게임 이용현황을 토대로 PC방 숫자와 PC대수별 업소 분포도 등을 대입해 얻은 결과다. 인문협은 넥슨의 정량 요금제(시간당 208.7원~266.67원)를 동일한 기간의 과거 이용현황에 대입하면 최소 206억2670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인문협은 시장지배자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넥슨을 제소한 상태다.

양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의견도 갈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PC방 업계에 동정표를 던지는 분위기가 적잖이 감지된다.

여기에는 넥슨이 매출기준 국내 게임업계 1위라는 점이 작용했다. PC방 최고 인기게임 중 하나인 ‘서든어택’을 서비스하면서 수익극대화 정책을 폈다는 점도 PC방 동정론에 힘을 보탰다.

이번처럼 PC방 업계가 대외에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일각에서는 자영업자 표심잡기에 분주한 현 정치권의 분위기를 인문협이 ‘서든어택’ 건을 들어 유리하게 몰고 가려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PC방 업계에서 협상을 원하지만 넥슨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무시하는 상황”이라며 “정부 기조가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 상생, 공생인데 넥슨이 PC방 협회에 대응할수록 논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재 게임업체와 PC방 사이에 상생 모델은 찾아보기 힘들다. 게임 론칭할때는 허리 숙여 들어갔다가 인기를 얻고 게임이 잘된다 싶으면 고자세를 취하는 게임업체가 대다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중소 게임사가 PC방에 진출하는 경우라면 PC방 업계가 갑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앞으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너지를 내야 할 두 업계가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소모성 논쟁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번 기회에 양측 모두 수긍할만한 선례를 남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결단이 필요한 때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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