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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 경영 실기…LG디스플레이 벼랑 끝에 섰다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LG디스플레이가 3분기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의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권영수 대표의 리더십도 덩달아 도마 위에 오르는 분위기다. 시장 예측에 실패했고 이것이 투자 실기(失機)로 이어져 적자 폭을 키웠다는 것이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은 20일 열린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이익은 못 내는데 투자 집행은 그대로 이뤄지고 있어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며 “올 초 가동을 시작한 3번째 8세대 라인(P83)과 현재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P9 라인은 결과적으로 (투자)시점이 너무 빨랐다”고 말했다.

빗나간 시장 예측과 무리한 투자가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적자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고 시인한 것이다. 권영수 대표는 그간 “우리 실력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낮다”며 공격적인 증설 투자를 결정해왔다.

그는 시황이 좋았던 지난해 8세대 P83 라인의 신규 증설 결정에 이어 중국 광저우에 LCD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공장의 인허가가 늦어지자 올해 초에는 공급 과잉 우려가 있음에도 파주 P9 8세대 공장을 새로 짓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유럽 재정 위기와 미국의 소비 심리 회복 부진의 영향으로 이 같은 권 대표의 결정은 회사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 LCD 가격은 바닥을 쳤고 재고는 쌓였다. 회사는 쌓인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7월 한 달간 신규 라인인 P83의 가동을 멈추는 초유의 조치도 취했다. 새로 지어놓은 공장을 놀리니 원가는 오히려 올라갔다. 정 부사장은 “앞으로 LCD 신규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권 대표의 예측은 번번이 빗나갔다. 그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2분기에는 LCD 패널 가격의 상승이 예상된다”며 “2400억원 안팎의 흑자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483억원의 적자를 내곤 “판단 미스했다”고 변명했다. 그는 올해 안으로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고 재차 예측했지만 최근 기자들과의 만남에선 “내년 하반기를 기대한다”며 말을 바꿨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대해서는 오히려 머뭇거리다 때를 놓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권 대표가 취임한 지난 2007년 OLED 사업에 첫 발을 내딛고 공격적인 사업 전개 방침을 밝혀왔으나 1위 업체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비교하면 기술 진척과 투자가 미비했다. “4년째 입으로 OLED 사업한다”는 비아냥 섞인 지적도 나왔다.

권 대표는 지난 7월 모바일 OLED 사업의 포기 방침을 밝혔다. 그간 이 사업에 투자한 4500~5000억원이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다. 정호영 부사장은 “과거 권 대표가 언급했던 OLED 투자건은 다 잊어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LG디스플레이가 플렉서블 등 OLED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모바일 디스플레이의 로드맵을 갖고 있지 않다며 성장 동력을 잃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LCD 공장도 골칫거리다. 파주에 짓고 있는 새 공장(P9)에 더해 공급 과잉까지 빚어지자 LG디스플레이는 착공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투자 결정을 철회할 수 없다면 이는 결국 경영상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소비 심리 회복 부진, 환율 변동 등 전반적인 예측이 모두 빗나간 것”이라며 “경영진의 이 같은 판단 미스가 적자를 만들고 그 폭을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3분기 LG디스플레이는 분기 손실로는 역대 최대치인 4921억원의 적자를 냈다. 시장에선 ‘쇼크’ 수준이라며 혹평을 쏟아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행진을 이어온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년간의 누적 적자가 1조1665억원에 이른다. 내년 상반기까지 적자를 이어가면 누적 적자액은 1조5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선 이 같은 예측 실패, 투자 실기로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권 대표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LG디스플레이의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설(說)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권 대표는 매 분기 실적설명회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번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진행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권 사장은 협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두문불출하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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