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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ERP 얘기 없는 SAP 사파이어

심재석 기자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기자는 이번 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SAP 사파이어 나우 베이징 2011 행사에 참석했다. 사파이어 행사는 SAP의 연례 고객 컨퍼런스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대규모 행사다.

지난 15일부터 2박 3일 동안 열린 이번 행사는 사파이어 22년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돼 관심을 끌었다. SAP가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ERP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전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인 SAP가 ERP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의외로 DB다. 지금까지 DB는 SAP의 영역이 아니었다. 오라클, IBM,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같은 시스템소프트웨어 업체들이 DB 시장의 강자였다. 반면 SAP는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아닌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SAP는 행사의 대부분을 메모리 기반 DB 어플라이언스인 ‘HANA’의 특징과 장점을 거듭해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마치 지금까지의 SAP는 기억에서 지우라는 듯 느껴졌다.

SAP의 이 같은 행보는 IT업계에 벌어지고 있는 혁명적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전문영역에 집중해왔다. 오라클은 DB, SAP는 ERP(전사적자원관리),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 IBM과 BEA시스템즈는 미들웨어 등 각자만의 독보적 영역이 있었다.

이 때문에 IT업체들은 경쟁관계이면서도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 SAP ERP가 대부분 오라클 DB 기반으로 구동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시기가 지나고 있다. 소위 세계 소프트웨어 업계 빅4라 불리는 MS, IBM, 오라클, SAP는 이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DB, 미들웨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하던 시대에서 전면적 경쟁관계의 시대로 전환된 것이다.

IT업계는 승자가 시장의 대부분을 독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ERP는 SAP가, DB는 오라클이 독식해왔다.

이 같은 흐름은 전면적 경쟁관계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전면적으로 경쟁 이후 누군가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업계의 지배자가 될 것이다

과연 그 업체는 어디일까.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업계를 바라보는 관전포인트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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