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슈퍼컴퓨터, 순위보다는 저변 확대에 관심을

백지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6개월마다 국가별 슈퍼컴퓨터 순위가 발표되는 ‘톱 500(top500.org)’ 리스트.

현재 500위권 내에 올라가 있는 우리나라의 슈퍼컴퓨터는 단 3대에 불과하다. 31위와 32위에 올라가 있는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3호기(해온, 해담)와 37위를 기록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 4호기(타키온)가 순위에 올라가 있다.

이 3대의 슈퍼컴퓨터들은 지난해에만 해도 각각 19, 20, 24위를 기록했었으나, 다른 국가의 슈퍼컴들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뒤로 밀려난 것이다.

단순히 순위만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마치 IT 후진국으로 밀려난 듯한 느낌마저 든다. 500위권에 들어있는 슈퍼컴 대수만 해도 우리나라는 3대 뿐인데, 중국은 무려 75대가 포함돼 있다. 물론 미국의 경우 500대 중 263대를 보유하며 여전히 슈퍼컴 강국으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슈퍼컴퓨터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상당히 단순하게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몇만대의 서버를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는 막말로 돈만 있으면 가능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딘순히 순위가 아니라 중국은 저렇게 성능이 높은 슈퍼컴퓨터가 필요한데, 왜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느냐다. 이는 슈퍼컴퓨터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는 기상 예보나 원자력 연구, 지진 분석, 금융 등 자연 과학이나 첨단 공학 분야뿐만 아니라 보험 상품 개발이나 암호 해독, 석유 탐사, 영화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고부가가치 상품과 기술, 핵심 부품을 만드는데 주로 이용된다. 실제로 만들기에는 시간과 자원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슈퍼컴퓨터로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봄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슈퍼컴퓨터는 IT 솔루션이면서도 오히려 금융이나 의약 등 비 IT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대표적 융합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이 막대한 돈을 투자해 슈퍼컴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핵심 제품이나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활동을 상대적으로 덜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슈퍼컴퓨터를 많이 보유한다는 뜻은 다시 말해 이를 활용해 첨단 기술이나 제품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그 나라는 국력으로 이어진다.

묘하게도 각 국의 슈퍼컴 보유 대수는 현재 전세계 경제 상황과 맞물린다. 유럽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 대수는 지난 6월보다 13대 하락한 103대를 기록했으며,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기존 103대에서 15대 늘어난 118대를 기록하며 슈퍼컴 보유 대수에서는 유럽을 앞섰다.

특히 중국의 경우 단순히 크레이나 IBM 등 외국계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슈퍼컴퓨터 시스템을 생산하며 독자적인 기술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최근 슈퍼컴퓨터는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IT트렌드와 접목되면서 기존과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슈퍼컴퓨터의 순위가 아니라 이것이 갖는 의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때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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