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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팬택 창업주 박병엽 부회장, 갑작스런 사퇴…왜?

윤상호 기자

- 워크아웃 종료·회사 매각 두고 채권단과 갈등 원인인 듯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팬택 창업주 박병엽 부회장이 회사를 떠난다. 팬택은 국내 안드로이드폰 점유율 2위 업체다. 지난 1991년 설립 후 연간 매출액 3조원 규모까지 성장했지만 유동성 위기로 지난 2007년 4월부터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이다. 기업구조개선작업은 오는 12월31일이 종료 예정일이다.

6일 팬택 박병엽 부회장<사진>은 서울 상암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말까지만 일하고 내년부터는 쉬고 싶다”라며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팬택은 지난 1991년 박 부회장이 직원 6명으로 출발한 회사다. 지난 2001년 현대전자에서 분사한 현대큐리텔을 인수해 팬택앤큐리텔로 편입시켰다. 지난 2005년에는 SK텔레콤의 휴대폰 단말기 자회사 SK텔레텍을 인수, 팬택과 합병시킨 뒤 작년까지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양사 체제로 운영해 왔다. 2009년 12월31일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을 합병해 2010년부터 팬택 단일 법인으로 출범했다. 2007년 4월부터 기업구조개선작업이 진행 중이다. 박 부회장은 기업구조개선작업 추진을 위해 자신의 지분 전체(4000억원 규모)를 내놨다.

팬택은 기업구조개선작업 시작 이후 지난 3분기까지 17분기 연속 흑자다. 작년부터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국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월간 전체 휴대폰 판매량에서도 LG전자를 제쳤다. 채권단은 팬택 회생에는 박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인정했다. 기업구조개선작업 중인 회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박 부회장에게 스톡옵션 1억6400만주(986억원)를 부여했다.

창업부터 성장, 위기, 부활 등 지난 20년 동안을 팬택을 맡아왔던 박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의는 건강상 문제라고 설명했지만 기업구조개선작업 종료를 둘러싼 채권단과의 갈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채권단은 5000억원 정도의 팬택 채무를 해소하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I) 유치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팬택은 5000억원 중 비협약 채권 2300억원에 대한 자체 상환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산업은행 농협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채권단 내부 이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결국 박 부회장은 사퇴 카드를 통해 채권단 내부 협상을 재촉하고 팬택의 자구책을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이대로 박 부회장의 사퇴를 받아들이게 될 경우 은행 이익을 위해 경영을 잘 하고 있는 경영자를 내쫓는 모양새가 된다. 휴대폰 업계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특히 빠른 의사 결정과 꾸준한 연구개발(R&D)가 요구되는 산업이다.

박 부회장도 “은행은 경영에는 적절치 않다. 채권단이 그동안 많이 도와줬지만 회사가 전환점을 만들었는데 이런 식으로 계속 가는 것은 곤란하다. 서로가 조금만 양보하면 풀릴 것을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시간을 끄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내 사퇴를 계기로 기업구조개선작업 종료를 가속도를 붙여 끝내자. 12월31일로 종지부를 찍어야 회사가 산다”라며 창업주가 물러나겠으니 은행도 결단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 부회장은 스톡옵션은 포기했지만 회사를 되살 수 있는 권리인 우선매수청구권은 유지했다.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채권단은 다른 투자자가 있어도 무조건 박 부회장에게 팬택을 매각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향후 경영 복귀 가능성은 열어둔 셈이다.

한편 이에 따라 채권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박 부회장이 정말 사퇴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채권단은 FI 유치를 실패하는 등 선택지가 많지 않다. 은행 이익을 위해 기업구조개선작업 종료를 미루고 있다는 여론도 부담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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