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이변은 없었다. 오라클의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 명단에서 포스코는 빠지지 않게 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포스피아3.0’ ERP 시스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오라클을 선정했다. 이로써 수 개월에 걸친 오라클과 SAP의 치열한 물밑싸움에서 오라클이 최종 승자로 귀결됐다.
포스코의 차세대 ERP 시스템은 근래에 보기 힘든 초대형 ERP 사업으로 5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포스코는 오라클의 최신 버전 ERP 솔루션을 통해 본사 및 관계사 전체 ERP 시스템을 재구축할 예정이다.
이번 포스코 ERP 프로젝트는 지난 몇 개월간 ERP 업계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포스코가 ERP 솔루션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회사 안팎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스코 측은 SAP ERP 솔루션도 진지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오라클의 상징적인 고객사다. 포스코가 오라클 ERP를 처음 도입하던 지난 1999년 당시에는 오라클은 ERP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던 회사였다. 그러나 포스코를 비롯해 LG전자 등 국내 제조업체들이 오라클을 선택하면서 SAP와 어깨를 견주는 ERP 업체로 성장했다. 특히 포스코 프로젝트 이후 오라클은 철강 ERP의 최대 강자로 떠올랐다.
최근 KT, 효성 등 주요 고객사를 SAP에 내 준 오라클이 포스코까지 놓쳤다면 큰 내홍에 빠질 뻔 했다. 그러나 끝내 포스코를 지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ERP 사업에서 다시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 입장에서도 ERP를 교체한다는 것은 큰 모험이고 오라클 입장에서도 포스코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우선 협상자인 오라클과 계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