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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IT서비스업계, 대-중소업체 생존해법도 제각각

이상일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올해 국내 IT서비스시장은 어느해 보다 불확실성이 커졌다.


대형 IT서비스 업체의 공공SI 시장 참여 제한과 정부의 그룹 내부 몰아주기 관행 퇴출압박으로 끝내 그룹내 사업 물량의 외부업체에 개방해야하는 상황까지도 몰렸다.


당연히 풍선효과처럼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사업다각화, 중견 업체들의 공공시장과 신규 대기업 시장을 둘러싼 경쟁 구도 심화가 주요 화두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중견 및 중소 IT서비스업체들의 공공사업 강화와 대기업 시장 등 신규사업 진출에 의한 업계 순위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국내 IT서비스업계에서 순위는 큰 의미가 없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대형 IT서비스업체, 연이은 악재에 곤혹 = 2012년 IT서비스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성장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성장률 면에선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IDC와 KRG 등 국내외 시장조사 업체들의 전망도 일치하는 편이다.


물론 시장전망에 대한 온도차는 존재한다. 비교적 IT서비스 업체들의 시각을 반영하는 IT서비스산업협회는 올해 IT서비스시장이 지난해 비에 2.1%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국IDC(2.6%)와 KRG(3.5%)에 비해 시장 전망을 좀 더 보수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이 어려워지다 보니 경쟁 심화는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시장에 대한 IT서비스 업체별 대응전략에는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은 올해를 성장의 기회로 삼고 그동안 시범적으로 진행했던 신사업 발굴에 좀 더 박차를 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에 대한 공정경쟁 요구가 사회적으로 빗발치고 있는데다 이같은 사회 움직임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그룹의 그룹내 일감 몰아주기에 제동을 걸면서 경영계획을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그동안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을 현재의 위치까지 커 오게 한 절대 공신이었던 그룹내 내부물량을 이제는 중견 중소기업과 나눠먹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개척 및 신사업 개척의 근간이었던 안정적인 텃밭의 일부가 사라질 위험이 다가오면서 대형 IT서비스 업체의 입지도 이전과는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공정위의 압박의 화살이 4대 그룹을 대상으로 했지만 30대 기업으로 점차 확산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전체 IT서비스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30대 기업 소속의 IT서비스업체들은 전통적인 수익 텃밭이었던 공공시장과 그룹내부 물량을 일정 부분 배제한 사업계획 수립이 불가피해졌다.


물론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또 다른 텃밭이었던 금융IT시장의 경우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마무리되고 있지만 기존 시스템의 고도화작업이 연이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IT컨설팅과 아웃소싱 등 서비스 사업도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공공SI 시장과 그룹내부 물량을 제외하곤 사실상 외부 사업 기회는 이전 보다 많이 포착되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은 내실과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올해 주요 화두로 삼고 있다.


여기에 사업 다각화를 위해 조직재편을 마무리하는 등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은 선택과 집중에 포커스를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시장 열려, 시장 판도 재편에 집중 = 반면 중견 IT서비스업체들의 경우 새로운 환경에 노출된 공공SI 시장과 향후 방향 전개는 불투명하지만 잠정적인 시장으로 떠오를 대기업 IT 시장을 놓고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6000억원 시장으로 전망되는 공공SI 시장에서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대기업참여하한제 강화로 사업 참여가 제한되면서 중견 IT서비스업체들에게 새로운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전과는 달리 사업 규모에 따라 40억, 80억 이하의 공공 IT사업에 대한 기회가 열리면서 조직 정비 및 인력 확보 방안에 대한 고민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중견 IT서비스업체들의 경우 올해 사업계획 마무리를 3월까지 예상하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상황.


한 중견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사업계획 수립 일정이 조정되고 있다”며 “큰 줄기에 따른 경영계획은 진행되고 있지만 세부적인 부분은 조정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의 대기업참여 하한제 강화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제도가 왜곡되면 결국 중견 IT서비스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 사실상 축소되기 때문이다.


한 중견 IT서비스업체 관계자도 “공공SI사업이 대부분 2분기 안으로 집행될 것”이라며 “사업발주 규모가 예전과 같을지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대기업참여하한제에 편법처럼 이뤄져 왔던 관행, 즉 80억 미만 사업을 다른 사업과 묶어 80억 이상으로 발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 자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묶음 발주는 어려워보인다는게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정부의 공생발전형 SW 제도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고 2013년 IT서비스업체의 공공SI 시장 전면 제한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연히 분란을 만들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2분기부터 본격화될 4대그룹 계열사의 IT프로젝트도 관심이다. 사업규모가 어느정도로 나올 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공식적으로 ERP 등 핵심 영역을 제외하고는 사업기회를 열겠다고 발표한 만큼 중견 및 중소 IT서비스업체들에겐 그야말로 기대하지 않던 신규 시장이 열린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ERP와 같은 핵심 영역에 대해선 SI사업을 IT서비스 계열사에 몰아주는 대기업의 관행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영업비밀과 핵심영역의 범위를 놓고 해석의 논란을 낳을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는 만큼 2분기부터 나올 대기업 그룹계열사의 IT사업이 구체화돼야 4대 그룹의 상생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관련 업체의 시각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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