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해사고/위협동향

스팸 메일에 투영된 고단한 서민의 삶

이민형 기자
[IT전문 미디어 블로그=딜라이트닷넷]


스팸문자나 스팸메일을 단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루에도 수십 통씩 날아오는 이러한 스팸에도 그들 나름의 생존방식이 있습니다.

스팸들은 시대상과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데요, 이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만 낚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이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시만텍이 발표한 위협 동향 보고서 2건을 비교하며 스팸의 트렌드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 10월 스팸메일 중 성인관련 메일은 2.5%에 불과했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코 앞인 11월에는 12.5%로 급증했습니다. 해가 바뀐 1월에는 22.5%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시만텍은 “스패머들은 이 날의 로맨틱한 의미를 악용해 발기 부전 치료제 등을 홍보하거나 익명의 흠모자로 가장한 스팸을 발송해 부지불식간에 악성코드를 설치하거나, 발렌타인데이 특별 할인 프로모션 등으로 사용자들을 속여 개인 정보를 빼돌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2011년, 2010년의 보고서를 살펴보니 유난히 성인관련 스팸메일의 증감율이 눈에 띱니다.

'대출'과 관련된 내용이 많은 국내 스팸메일과 달리 해외에서는 시계, 보석, 제약 쪽 스팸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그 이유에 대한 코멘트는 없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도 서양이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금융 문화이기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됩니다. 서양에선 신용카드 발급을 포함해 '대출'프로세스가 우리보다 훨씬 엄격합니다.  


 


이번에는 국내 스팸동향을 알아보겠습니다. 국내 스팸메일 동향 분석보고서(2011년 3/4분기, 지란지교소프트 제공)에 따르면 3/4분기 전체 메일 중 약 69%를 스팸메일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성인관련 스팸메일이 전체 스팸메일의 73.22%를 차지했습니다.

성인관련 스팸메일의 경우는 50% 이상이 비아그라와 같은 성인약품과 관련된 스팸메일이었고, 음란 사이트로 유도하는 스팸메일이 그 뒤를 이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제품홍보 스팸메일(11.64%), 각종 금융사기성 피싱(9.28%), 대출 등 금융관련(0.72%) 등의 순으로 스팸메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스팸메일 이외에도 트렌드를 반영한 스팸도 다수 발견됐습니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대폭 성장하자 페이스북 친구 요청 메일로 위장한 악성코드 메일이 새롭게 등장 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김정일 사망과 관련된 스팸이 유행해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스팸문자도 찾아봤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매월 휴대전화 스팸트랩에 탐지된 불법 스팸으로 부터 스팸에 자주 이용된 문구를 10위까지 선정해 배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1년 2월이 최신자료네요)

2011년 2월 스팸 문구를 살펴보면 ▲당일 ▲고객 ▲현금 ▲인터넷 ▲최저 ▲무료 ▲상담 ▲금융 ▲할인 ▲입금입니다.

대부분 대부업과 관련된 문구들이네요. 혹자들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대부업체, 사채업자들이 보내는 메시지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얘기 합니다. 깊게 생각해볼 것도 없이 침체된 경제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퍽퍽한 서민들의 생활고가 되짚어보면 스팸 메시지 트렌드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최근 국내 주요 금융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규모가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고, 이에 대해 이미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창구를 닫을테고 결국 서민들은 2금융권이나 대부업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결국 '대출'과 관련한 스팸 문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기승을 부리겠지요.


그럼 KISA에서 조사된 자료중 가장 오래된 2006년 1월 당시의 스팸 문구를 살펴볼까요? ▲연체 ▲카드 ▲거부 ▲대출 ▲080 ▲분할 ▲결제 ▲자금 ▲상환 ▲신용입니다.

대부업과 관련된 문구도 있지만 080과 같은 ARS 번호, 카드발급과 같은 키워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역시 이 때도 서민들에게 살림살이는 여전히 퍽퍽했었나 봅니다.

[이민형 기자 블로그=인터넷 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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