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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트위터와 표현의 자유

심재석 기자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최근 트위터는 각국의 법에 따라 불법적인 표현에 대해서 그 나라에서 노출을 제한키로 했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발표 이후 국내외 인터넷 상에서는 트위터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결정이라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트위터에 배신당했다며 트위터 이용중지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인터넷과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문제는 그렇게 단순히 볼 수는 없다. 트위터에 대한 무차별적 비판은 비판자의 정의감만을 만족시킬 뿐이다.

트위터의 이번 발표는 ‘각국의 법을 지키겠다’는 선언이다. ‘법을 지키겠다’는 선언을 비판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기업에 법을 지키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문제는 각 국가별로 법의 수준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북한의 수준과 중국의 수준, 우리나라의 수준, 미국의 수준이 각기 다르다. 특정 나라에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표현이 다른 나라에서는 불법이 된다.

나치를 칭송하는 행위는 우리나라에서 별 문제 안되지만, 독일에서는 범죄다. 반대로 독일에서는 고 김정일 국장위원장을 칭찬해도 아무 상관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다.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표현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동포르노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차이는 각국의 문화와 역사적 경험, 민주주의 발전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트위터의 이번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이같은 정도의 차이를 무시하라고 무조건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모든 표현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표현의 자유 교조주의인 셈이다.

아동포르노 링크, 폭탄제조법, 국가기밀을 트위터에 올려놓았을 때 아무런 제지가 필요 없을까? 아마 이에 동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표현들은 제한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근거에 의해 제한돼야 할까? 트위터 경영진이 임의대로 결정해야 할까? 그럴 수는 없다. 일개 기업이 인간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수준을 결정할 수는 없다.

결국 이는 법에 근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행히도 독재자들은 자신의 의도대로 만든 법에 따라 트위터를 제한할 것이 분명하지만, 트위터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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