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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국내 1위’ 현대중공업 사업 재검토… 음성 공장 매각 추진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현대중공업이 태양광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글로벌 경기 불안과 유럽 정부의 단계적 보조금 축소 정책으로 인해 태양광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회사는 태양전지의 가격 하락과 재고 부담 영향으로 적자 누적 등 고전을 면치 못하자 충북 음성에 위치한 결정질 태양전지·모듈 공장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충북 음성에 위치한 결정질 태양전지·모듈 공장과 설비 일체를 매각키로 하고 매수 업체를 찾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음성 공장의 연산 생산규모는 태양전지와 모듈 각각 600메가와트(㎿)다.

이미 음성 공장은 시황 악화로 지난해 연말부터 가동을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태양광 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음성 공장과 결정질 태양광 장비 일체를 3000억원에 매각키로 하고 매수 업체를 찾고 있다”며 “그러나 태양광 시장 상황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어서 매수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공장 매각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이유는 주력 제품인 결정질 태양전지의 기술 경쟁력이 중국 등 선두 업체 대비 떨어지는데다 앞으로도 격차를 뒤집을 수 있는 묘책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해 미국 애리조나주와 진행키로 한 175㎿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계획이 백지화된 이후 이 같은 사업 철수 논의가 본격화 됐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애리조나주에 테스트 모듈 시스템을 설치했지만 고온 상태에서 광 변환
(태양광→전기) 효율이 거의 제로에 가깝게 나왔던 탓에 건설 계획을 이어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정질 태양전지는 25도씨에서 온도가 1도씩 올라갈 때마다 광 변환 효율이 0.4%씩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통상 결정질 태양전지의 광 변환 효율이 10% 중후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애리조나처럼 온도가 높은 사막과 중동 지역 등에서는 앞으로도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태양광 1위 업체인 현대중공업이 관련 사업에서 발을 빼면 국내 업계에 불어 닥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SDI도 결정질 태양전지 장비 매각을 추진하는 등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중이고 LG 그룹 역시 태양광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어 관련 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80~90년대부터 태양광 연구개발(R&D)를 진행해왔지만 결실을 맺지 못해 결국 독일 태양광 장비 업체들 배만 불려준 꼴이 됐다”며 “올해 태양광 업계의 주요 이슈는
합종연횡과 ‘서바이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결정질 태양전지를 포기하는 대신 원가가 저렴하고 내열성이 높은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박막 태양전지에 대한 R&D 활동과 사업은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프랑스 생고방사와 5대 5 공동 출자로 현대아반시스를 출범하고 충북 청원군 오창읍에 100
규모의 박막 태양전지공장을 건설키로 했었다. 그러나 시황 악화로 박막 태양전지 계획도 상당 부분 미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러나
결정질 태양전지 공장의 가동률 조정이 있었고,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맞지만 사업 철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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