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논란커지는 OIO 계약 방식…한국IBM ‘메인프레임’사업에 직격탄?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최근 비씨카드와 한국IBM간의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금융권과 금융IT업계의 관심은 크게 두가지로 모아지고 있다.

 

이미 한국IBM으로부터 OIO방식으로 전산장비를 구매한 금융회사들이 'OIO계약이 가진 단점'을 알고서도 계약 연장을 할 것인지의 여부, 그리고 한편으론 IBM이 국내 시장에서 유독 많은 신경을 써왔던 '메인프레임' 사업의 향배다.

 

그러나 두 가지 사안이 별개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하나의 연결고리를 갖는다는 점에서 한국IBM으로서는 난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IBM으로서는 비씨카드와의 법정공방에서 승리한다하더라도 곤혹스러울 수 밖에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든간에 국내 금융권에서는 지금까지 심각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IBM OIO 계약이 내포하고 있는진 위험성'만 높게 부각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IBM이 주력하고 있는 메인프레임 사업에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OIO 재계약? 글쎄... 대안을 검토하겠다”= OIO계약은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다.

 

또한 OIO계약을 추가로 연장할 지 여부를 결정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현시점에서 언급하는 것에 부담이 많다는 입장이다.

 

이와관련 OIO방식으로 IBM 전산장비를 도입해 사용중인 한 금융회사의 IT부서 관계자는 "아직 OIO계약 만기 시점이 될려면 좀 기간이 남았지만 올 연말부터는 다른 대안을 염두에 두고 차분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안에는 주전산시스템을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등 오픈환경으로 전환하는 것도 포함되겠지만 메인프레임을 계속 유지하더라도 OIO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은 가급적 더 이상 채택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이 관계자는 "물론 IBM 전산장비를 도입할 당시 OIO 계약이 가진 단점을 몰랐던 것도 아니었다"면서 "당시 복잡했던 회사 사정을 자세히 밝힐수는 없지만 일단 초기 IT비용 부담때문에 복합적인 원인들이 작용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고전하고 있는 메인프레임 사업에 타격 = IBM이 제시하고 있는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방식의 계약은 IBM 제품군중 특정품목만을 판매하기 위한 것만은 분명 아니다. IBM의 서버,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와 모든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이 다 포함된다.

 

그런데 이 OIO계약 방식과 관련, 유독 논란이 불거지거나 금융회사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는 사례는 거의 예외없이 IBM '메인프레임'을 OIO 방식으로 제공하고자 했던 경우이다. 특히 여기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할 시점이었다는 공통점이 추가된다.

 

언뜻보면 OIO 방식은 마치 한국IBM이 '메인프레임'을 판매하기 위해 만든 '전용 할부판매'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메인프레임이 금융권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이유중 하나는 가격 부담때문었다. 그런데 초기비용 부담을 줄여 이를 기술적으로 제거한 것이 바로 OIO계약 방식이다.

 

현재 OIO계약 방식을 통해 IBM 메인프레임을 도입한 금융회사는 기존 비씨카드를 비롯해 동부화재, 신용보증기금, 국민은행 등이며 지난해에는 삼성증권이 글로벌시장연계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면서IBM의 최신 메인프레임 시스템인 ‘z엔터프라이즈’OIO방식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해 주목을 끌었었다.

 

삼성증권의 경우, 새해들어 경영진이 바뀌면서 기존에 맺은 OIO계약을 검토하는 과정이 있었고, 이것이 최근 '계약 파기'로 잘못 알려지면서 혼선이 일기도 했었다.

 

한편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은행, 외환은행(카드시스템) 등은 OIO방식이 결국은 비효율적인 선택이라고 판단, 이를 선택하지 않았으며 지금도 필요한만큼만 구매하는 개별 구매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유닉스 진영으로부터 지속적인 공격에 시달렸고, 또한 엄청난 수의 고객(레퍼런스)를 상실했음에도 한국IBM이 메인프레임 시장 유지를 위해 적지않은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한국IBM의 입장에서는 메인프레임이 여전히 국내에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 로 인식하고 있기 떄문이다.
    
어떻게든 고객만 잡아놓으면 주전산플랫폼을 교체하지않는한 최소 5년~10년 이상은 안정적으로 매년 CPU 증설및 라이선스 수입이 보장된다.


더구나 비씨카드는 과거 IBM 메인프레임 고객이었다가 이후 유닉스로 전환했고, 다시 2009년 한국IBM이 OIO계약이라는 비장의 카드로 제시하자 다시 메인프레임으로 회귀한 독특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한국IBM에게 OIO계약 방식은 떠나갔던 고객도 돌아오게 할만큼 충분히 강력한 카드라고 인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IBM으로서는 메인프레임과 같은 폐쇄형(독립형) 기종은 국내에 경쟁자가 없고 연관돼 판매되는 소프트웨어도 상당하기 때문에 제품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닉스, x86처럼 자고 일어나면 치열하게 싸워야하는 격투기 종목과는 분명히 입장이 다르다.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IBM에게 메인프레임은 여전히 블루오션, 고부가가치 사업이고 IBM 본사에서도 가장 주시하는 분야이다.   


만약 이번 비씨카드와의 송사로 인해 OIO계약이라는 비장의 카드가 힘을 잃게된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메인프레임 사업에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는 한국IBM의 매출과 수익구조에 있어서도 쉽게 만회할 수 없는 고민거리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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