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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 구도로 재편된 1년, 국내 금융자동화업계엔 어떤 변화?

박기록 기자

[3사 구도의 금융자동화시장 1년, 어떻게 변했나 ①]

 

1년전인 지난해 5월, 국내 금융자동화(ATM)업계에는 하나의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다. 청호컴넷이 공시를 통해, '일본 후지쯔프론테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FKM을 인수하기 위한 실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것. 소문으로만 떠돌던 '청호컴넷 + FKM' 합병 시나리오가 공식화된 것이다.

 

순간 국내 금융자동화기 시장 구도는 급변했다. 노틸러스효성, LG엔시스, 청호컴넷, FKM 4개사로 지탱되는 구도가 3개사 구도가 된 것이다.

 

그로부터 1년 후, 국내 ATM시장에는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또한 업계가 기대한대로 시장의 파이는 커졌을까. 크게 주목을 받지는 않았지만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할만한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디지털데일리>는 ATM시장 구도가 기존 4개사에서 3개사로 정리된 이후, 나타난 여러가지 변화를 2회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공교롭지만 우리 나라 ATM업계의 지형은 그 속성까지 일본 ATM업계를 닮았다. 

 

앞서 지난 2000년대 중반, 일본의 ATM업계가  오키, 오므론, 히다찌, 후지쯔 4사 구도에서 3개사로 줄어들었다. 장기 불황을 견디지 못한 일본 ATM업계가 어쩔 수 없이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사실 불황이라기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시장 구조적으로도 '공급 과잉'의 측면도 있었다.


일본 정부가 2000년대 초, 5000엔권 신권 발행에 나서면서 다소 숨통이 트이는 듯 했으나 그 약발은 3년 이상을 지속하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6년과 2007년, 국내에서도 1만원권 신권 특수가 불어닥쳤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4개사 구도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더구나 국내 시장에서는 2000년대 초반, 업체들간의 과열경쟁이 시작됐다. 그결과 ATM 대당 가격이 2000만원대에서 1400만원대까지 속절없이 추락했다. 업체들의 적자는 늘어갔다. 지난해 FKM을 인수할 당시에도 청호컴넷의 적자는 우려할만한 수준이었다. "누군가는 시장에서 나가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3사 구도, 어떻게 재편됐을까 = 청호컴넷은 FKM 인수계약 체결 이후, 기존 일본 히다찌-오므론시스템즈로부터 수입해왔던 ATM의 핵심부품을 후지쯔프로론테크로 전환했다.


기존 청호컴넷의 생산라인은 중단되고, 자회사로 편입된 FKM이 ATM을 생산하는 구도가 됐기 때문이다. 이는 청호컴넷이 FKM을 인수했지만 실질적으로 합병의 주도권의 FKM이 쥐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당시 1만4000여대가 국내에 깔려있는 것으로 추정됐던 기존 청호컴넷의 ATM기는 FKM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한편 관련업계에선 현재 국내 ATM시장 점유율과 관련, 노틸러스효성이 약 40~50%, LG엔시스가 30~35%  청호컴넷이 15%~20%로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당초 예상을 빗나간 것이다. 노틸러스효성과 LG엔시스는 시장의 파이가 약 10% 정도확대되는 효과를 거뒀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청호컴넷-FKM’의 조합은 당초 예상보다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3강 정립구도가 될 줄 알았는데‘2강1중’ 또는 ‘2강1약’의 구도로 보인다. 합병 당시 청호컴넷이 대규모의 적자 등으로 매우 흔들리기는 했으나 시장에서는 청호컴넷과 FKM의 단순합산했을 경우는 35~40%선까지도 예상했었다. 특히 서비스가 강했던 FKM의 경쟁요소가 부각될 경우, 의외로 시너지가 클수도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처럼 '청호컴넷+FKM' 조합이 부진한 것은 아마도 원가경쟁에서 기존 노틸러스효성과 LG엔시스에 크게 밀렸기 때문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ATM 국산화의 후폭풍, "예상치 못한 ATM시장 구도"= 현재 노틸러스효성과 LG엔시스는 최근 1~2년부터  ATM 국산화 모듈을 적용해 ATM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의 의존도를 완전히 탈피했다.

 

그러나 청호컴넷은 FKM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상, 구조적으로 핵심 부품인 BRM(환류식 모듈)을 일본에서 공급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엔고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일본에서 들여오는 부품에 대한 원가경쟁력이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약 10% 이상 원각경쟁력이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적지않은 차이다. 물론 ATM 원가가 부품 가격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경쟁상황이라면 시장 경쟁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3월 청호컴넷은 노틸러스효성, LG엔시스 2개사를 공정위에 불공정 담합 행위로 제소했는데, 이는 많은 의미를 갖는다.  

 

아직 공정위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당초 예상했던 국내 ATM시장의 '3사 정립 구도'는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청호컴넷은 공정위 제소를 통해 노틸러스효성과 LG엔시스 양사가 ▲통상거래가격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은행 등에 공급 ▲입찰에 참여하면서 투찰가격, 최저투찰가격, 투찰순위 등을 사전 합의, 결정 ▲구매자(은행)에게 무상유지보수 기간을 과다 설정하거나 관련 시스템 무상 구축 조건을 제시 ▲구매자에게 계열사 제품 무상 지원 등으로 과대한 이익을 제공한 점 등을 주장했다.

 

<박기록 기자>rock@ddily.co.kr


박기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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