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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 구도의 금융자동화시장 1년…벌써 ‘공급자 독점’ 걱정?②

박기록 기자

[3사 구도의 금융자동화시장 1년, 어떻게 변했나 ②]

 

국내 금융자동화기기(ATM)업계가 1년전, 노틸러스효성-LG엔시스-청호컴넷(FKM) 3사구도로 재편됐지만 시장은 '정립(鼎立)'의 모양새를 띠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름아닌 청호컴넷이 지난 3월, 시장점유율이 앞선 노틸러스효성과 LG엔시스 2개사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가격담합 등을 이유로 제소한 것은 '3사 구도'도 여전히 불안하다는 반증으로 업계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 ATM업계에서도 지난 2000년대 중반, 기존 4사 구도에서 3사 구도로 정리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3사도 많다. 2개사 구도가 적당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일본과 우리 나라의 경우를 직접 비교할 이유는 없지만 '3사 구도'재편만으로는 각 당사자들이 크게 만족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기를 특정할 수 없겠지만 '3사 구도'가 또 다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국산과 외산 ATM', 미묘한 구도의 형성...어떤 영향? = 국내 ATM시장에는 과거에는 없었던 기준이 이제 보이기 시작한다.  '국산 ATM 대 외산 ATM' 구도가 그것이다. 예전 환류식 모듈(BRM)을 4개사가 전량으로 일본에서 수입해다 쓰던 시대에는 사실상 '모두 외산'이었지만 이 BRM을 국산화한 이후에는 국산과 외산으로 자연스럽게 구분이 될 수 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국산 ATM'을 생산하기 시작한 노틸러스효성과 LG엔시스가 2강을 형성하게 됐고, 국산 ATM에 이렇다할 대응전략이 없었던 '구 청호컴넷'은 FKM을 M&A하고 생산라인을 대폭 조정하는 선에서 대응을 했다.


어쩌면 지난 2003년, 정부의 대일부품 의존도 탈피를 위해 시작됐던 'ATM 국산화'논의가 결국 10년이 지나 업계의 구도를 완전히 뒤바꾼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시엔 노틸러스효성과 청호컴넷이 1, 2위를 다퉜다.


청호컴넷의 '담합 제소'로 인해 만약 공정위가 노틸러스효성과 LG엔시스가 생산하는 '국산 ATM의 원가(정상가격)'를 밝히게 된다면, 이는 한편으론 이는 국산과 외산 ATM 가격 편차가 공식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국내 ATM업계의 구도는  '2강 1약'의 고착화냐 '3강'으로의 복원이냐의 방향성을 잡게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국내 ATM시장, "아직 빅마켓 형성 안돼" = 한편 올해 국내 ATM시장은 상대적으로 침체 국면을 보이고 있다. 사실 ATM업계는 올해가 지난 2006년과 2007년에 단행됐던 신권 특수로 인한 교체주기가 도래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까지는 이렇다할 빅 마켓이 형성되지 않았다. 관련 업계는 올해 국내 ATM시장의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1만2000대~1만30000대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ATM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데는 딱히 한 요소가 작용하기보다는 다소 복합적인 요인들이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단 농협, 우정사업본부 등 IT투자 스케줄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있는 일부 금융기관들을 제외하고는 시중 은행들이 IT투자비용을 줄이거나 동결시킨 곳이 많다. 실제로 올해 1분기에 300대 이상의 대규모 사업이 없었다.  

 

이와함께 지난해부터 은행권의 관심사가 전통적인 채널로 안정화된 ATM보다는 새로운 채널전략인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ATM 투자가 후순위로 밀리는 듯한 측면도 있다.


물론 '스마트 브랜치'의 확산 자체가 ATM의 수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ATM의 수요를 견인할만한 관련성을 찾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은행권의 대형 IT사업들이 거의 완료된데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지속, 가계빚의 급증 등 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할만한 불안요소가 제기됨에 따라 IT투자예산도 긴축 기조로 흐로 있다.

 

LG엔시스 관계자는 "요즘 은행권에서는 차세대시스템 등 대형 IT사업이 거의 없어진 상황이기때문에 지출 비용이 큰  ATM도입이 두드러져 보일 수 밖에 없다. 큰 사업에 좀 묻어가고 그런게 있어야하는데, 이런 것도 악재라면 악재"라고 말했다.

 

특히 은행들이 ATM 교체주기인 5~6년을 넘겨 7~8년까지 사용연한을 늘리면서 ATM업계는 유지보수부문의 채산성 악화까지 짊어져야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내용연수가 오랜된 ATM기 일수로 장애빈다가 높기때문에 유지보수비용도 덩달아 늘어나지만 업계는 이를 고객사에 전가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감 구조' 과연 바람직할까 = 비록 단촐하지만 국내 ATM 시장도 승자가 결정되고, 승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안정적으로 재편되는 시기가 올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ATM업계의 시장 구도가 너무 단순화되는 데 따른 경고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공급자 독점' 현상의 가시화다. 만약 1~2개의 ATM업계만 국내 시장에 존재하게 된다면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의 하향 평준화, 그리고 시장 긴장도의 하락에 따른 혁신성의 부족 등이 나타날 것이라는 게 업계 일각의 지적이다.

 

물론 이는 아직까지 상식적인 선에서의 경고에 불과하다. 하지만 막상 현실화됐을 경우에는  다양한 시장재편의 시나리오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최근 LG엔시스가 금융자동화기 사업을 LG CNS로 이관하는 시나리오가 업계 일각에서 제기돼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LG엔시스 보다 조직력이 훨씬 큰 LG CNS가 ATM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될 경우, 기존 시장 구도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금융권및 관련 업계에서는 LG CNS가 스마트 브랜치 사업에서의 특화된 제품 모델의 개발, 해외 시장 개척 등 기존 LG엔시스가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힘들었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분석을 하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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