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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홍역앓는 KAIST…교수협 퇴진요구에 서총장 “물러나지 않겠다”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KAIST가 또 다시 서남표 총장의 거취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초, KAIST가 ‘반 서남표’ 성향의 인사로 새로운 이사회로 구성되면서 서총장의 진퇴 여부가 공론화된 바 있다. 당시 서총장이 ‘이사회에서 차라리 해임을 시켜달라. 이유없이 나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KAIST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면 완강히 맞서면서 이후 서총장의 거취문제는 일단락 된 듯 했다.

 

하지만 최근 KAIST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서 총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교내 시위를 벌이고 서 총장이 퇴진을 거부할 경우 보직교수들도 사퇴할 것을 촉구하는 등 서총장 거취가 또 다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앞서 경종민 교수협의회장 등 평교수 260여명은 지난 8일 교내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이달 15일까지 서 총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한 바 있다. 교수협측이 서총장의 퇴진이유로 지목하고있는 것은 독선적 학교 운영, 구성원 간 분열 조장, 카이스트 위상 추락에 대한 책임 등이다.

 

그러나 학교본부와 서총장 측은 이번 교수협 교수들의 서총장 퇴진요구 시위가 “오는 25일 예정된 학교 이사회를 앞두고 서총장의 퇴진을 압박하기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이라며 의도가 순수하지 못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남표 총장도 교수협측이 사퇴시한으로 정한 15일에 앞서 결국 14일 오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교수협측의 퇴진요구를 조목 조목 반박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서 총장은 성명서에서 “지난 1년간 짧게는 1주일에 두세 번, 길면 한 달 간격으로 제가 모르는 저에 대한 의혹을 접해 왔다.저를 비판하는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이제는  최근 저를 둘러싼 학교현안을 접하면서 이제는 어떻게든 ‘강고한 벽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교수협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와함께 서총장은 “사익을 위해 특허를 훔치지 않았고. 학교 운영이 방만하지도 않고 빚더미도 아니다. 또 특정 교수 임용에도 간여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직접화법으로 언급했다. 

 

앞서 교수협의회측은 지난 8일 성명서에서 '서총장이 부당하게 장기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문제삼은 특허의 원발명자인 교수와 이를 문제삼은 교수협 소속 2명의 교수에게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 내용을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서 총장은 “KAIST가 폭압의 리더십으로 나락의 길로 가고 있다는 주장은 충격적”이라며

교수협에 대해서는 “어떠한 수준의 비판을 하더라도, 언제든 토론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서총장은 지금 당장의 거취표명은 정당성 없는 관행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며 퇴진 요구 거부를 분명히 했다.

 

서총장은 “지금 제가 거취를 표명하는 것은 ‘서남표식 개혁’의 요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며 저의 소신도 아니다. 사유도 타당하지 않고 책임있는 결단도 아니다. 그런데도 물러나야 한다면 저는 머지 않아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정당성 없는 관행에 면죄부를 준 학교의 배신자로 기억될 것이며 이는 KAIST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마무리를 지었다.

 

이날 학교본부측도  위원수 15명 내외로 '대통합 소통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구성원간 통합과 소통을 위해 교수․학생․직원․학교본부․총동창회․학부모 대표가 직접 참여하는 회의체를 모범적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참고> 서남표 총장이 14일 발표한 성명서 전문


KAIST 구성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대학은 사명이 있습니다. 진실과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일입니다. 합리와 상식과 도덕이 꽃피워낸 사회 보편 가치를 보호하고 실천하며 진전시켜 나갈 책무가 있습니다.

 

국민의 기대와 국가의 지원에 헌신적으로 응답해야 하는 KAIST의 사명은 더 특별합니다. 과학을 기반으로 인류와 역사의 진보를 고민하고, 시대정신을 선도하며, 희망의 근거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현실에 두 발을 딛고, 미래와 대화하는 일은 누구도 못 보던 길을 떠나는 긴 여정입니다. 고되고, 또 외로운 소명입니다. 

 

그 어려운 길을 가겠다는 분들이 바로 KAIST의 학생들입니다. 그리고 그 분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바로 KAIST 구성원입니다. 저 역시 지금껏 그 길을 같이 걸어 왔습니다.

 

□ 서남표식 개혁, KAIST 소명과 구성원 현실 사이 균형 찾는 일

세계 명문 대학의 총장이자 과학기술자로서의 길을 걸어 온 선배로서 저는, 대학의 책무와 KAIST의 소명, 그리고 이를 선택하고 감내하는 구성원 앞에 놓인 현실적인 긴장감, 그 둘 사이 균형을 찾는 일에 지식과 경륜을 쏟고 싶었습니다.

 

한 가정의 아버지로, 할아버지로서 저는, 책임과 사명을 다소 빨리 접한 우리 학생들이, 소명이 주는 부담감을 자기 발전 의지로 치유해 갈 수 있도록 지혜와 열정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저는, 우리 학생들이 창의와 지적 호기심, 자기규율과 상호존중의 자세를 바탕으로 사회와 관계를 스스로 주도할 줄 아는 ‘통찰형 인재’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학교에 공존의 룰과 파트너십을 확립해 나가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우리 구성원과 사회 일각에서 이름 붙인 ‘서남표식 개혁’의 근거이자 요체, 제가 KAIST에 몸담고 있는 까닭이며, 구성원을 대하는 저의 가장 솔직한 심정입니다.

 

□ 강고한 벽에 도전했다

저는 지난 1년간 짧게는 1주일에 두세 번, 길면 한 달 간격으로 제가 모르는 저에 대한 의혹을 접해 왔습니다. 교수들이 이렇게 반대하는데 혼란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질타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본래 저의 소신은 KAIST 구성원이라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데 있지, 학내 특정 구성원을 배제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러한 원칙과 관련해선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를 비판하는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숱한 의혹의 복판에서 조직적인 집단논리의 존재를 마주해야 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학의 책무, KAIST의 소명과는 달랐기 때문에 거래에 응하지 않았고, 도전과 저항도 해 보았습니다. 최근 저를 둘러싼 학교현안을 접하면서 이제는 어떻게든 강고한 벽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덧붙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쟁점을 들어 사실관계를 부연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사익을 위해 특허를 훔치지 않았습니다. 학교 운영이 방만하지도 않고 빚더미도 아닙니다. 특정 교수 임용에도 간여한 사실이 없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다만 KAIST가 폭압의 리더십으로 나락의 길로 가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상황은 충격적입니다. 무엇보다 구성원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 도덕적 비전 확립, 민주적 소통구조 필요

학교 현안과 관련해 모든 구성원들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학교의 현실에 보다 관심을 가져 주시고, 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진실은 협상이나 거래, 검토나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만고불변의 가치입니다. 사실관계를 살펴 주시고, 이런 상황이 과연 누구의 이해관계인지 냉철하게 판단해 주시기를 거듭 부탁드립니다.

 

저 개인에 대한 논란을 떠나, 지금은 구성원 모두 학내외 민주적 공론의 돌파구 찾고, 도덕적 비전을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입니다.  구성원 대다수가 참여해서 일부 구성원 중심의 편향된 관행을 극복하고 학내에 각성된 구성원의 여론으로 민주적 소통구조를 확립해 가는, 모범적인 학교 문화를 정착시켜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학교는 이를 위한 제도적인 통로로 뒷받침해 드릴 것입니다.

 

교수협의회에도 정중히 요청 드리겠습니다. 이미 교협은 언제라도 총장과 학교, 구성원 누구라도 비판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계십니다. 저를 비롯해 대다수 구성원이 그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현실적인 측면을 감안해서, 저는 교협의 주장을 학내에 공개적으로 펼칠 수 있는 비판의 광장을 만들어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지금 교협이 저에게 어떠한 수준의 비판을 하더라도, 그것이 저에 대한 거취 문제일지라도, 언제든 토론할 용의가 있습니다.

 

□ 언제든 토론할 것

우리가 토론을 하는 이유는 해답을 얻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상대방과 대안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답을 찾는 통상적인 과정입니다. 단 구성원공동의 가치 위에서, 강도가 약한 비판이라도 사회 보편가치에 따라 사실관계에 입각해야 하며, 책임까지 같이 져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그 첫 단계로 학교가 오늘 제안한 몇 가지 사안을 평가절하 없이 대승적으로 수용해 고견을 개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금 교협의 주장을 구성원 대다수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간의 취지를 크게 벗어나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부탁드립니다.

 

□ 지금 당장의 거취표명은 정당성 없는 관행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

저는 앞서 말씀드린 대학의 책무, 학교의 소명이라는 운영 원칙을 돌아보며 저의 거취를 판단하고자 오랜 기간 고심해 왔습니다.

 

먼저 저에 대한 비판의 실체를 직시해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제가 떠나면 사회 보편적인 기준을 현저히 넘어선 비난, 사실을 감춰버린 주장 이면의 관행도 사라질 것인가 깊이 고민해 보았습니다. 다음 총장님도 저처럼 강고한 벽을 느낀다면, 소신을 끝까지 펼 수 있겠나, 그렇다면 여기가 과연 누구를 위한 KAIST인가, 그렇게 생각을 옮겨가며 저는 저의 소명에 대해서도 분명한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제가 거취를 표명하는 것은 ‘서남표식 개혁’의 요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며 저의 소신도 아닙니다. 사유도 보편 기준에 타당하지 않고 책임있는 결단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물러나야 한다면 저는 머지 않아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정당성 없는 관행에 면죄부를 준 학교의 배신자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는 KAIST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게 됩니다.

 

구성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돌멩이를 타넘고 구덩이에 빠져도 도도하게 흘러갑니다. 카이스트는 앞으로 더 나가야 합니다. 머지않아 치유된 상처는 KAIST에 더 큰 도약의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런 일에 저는 계속 도전하면서, 구성원과 같이 발을 딛겠습니다.

 

끝으로, 동료 교수 분들께 간절히 호소 드립니다. 저 하나면 안 되겠습니까. 여러분의 파트너이신, 보직교수님들이 부당하게 고통받는 일 만큼은 발생하지 않기를 그 분들에 대한 요

구사항을 재고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여러분께 드리지 못했던 저의 생각들을 말씀드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고, 경청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이상 끝 -

박기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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