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IT 막히자 민간시장 공습하는 IT대기업…중소 IT “텃발상실 위기” 초긴장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개정안 등으로 공공 IT시장에서의 입지가 크게 줄어든 대기업계열 IT서비스업체들이 어쩔수 없이 민간 SI(시스템통합)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같은 '풍선효과'는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 민간 SI 시장에서 나름대로 특화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해왔던 중소 IT업체들이 이제는 엄청난 경쟁자들을 맞이하게 됐다는 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공 IT시장에 대한 문호가 넓어졌다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중소 SW업체들의 사업환경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공공 SI시장은 대기업 위주의 시장이었고, 민간 SI시장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SW업체들의 영역이었는데 현재로선 민간 SI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 IT서비스업체들 "기존 공공 IT인력, 민간 SI 인력으로 전환" = 내년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IT서비스업체들의 공공SI사업 참여가 전면 중단된다. 이에 따라 IT서비스대기업들은 해외시장 공략 및 융합시장 발굴, IT유통사업 확대 등 사업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특히 IT서비스대기업들은 기존 공공사업 조직 중 일부를 민간SI 시장 공략에 집중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소SW업체 관계자는 “민간SI시장에 대한 시장조사에 일부 IT서비스기업들이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유통을 해왔던 IT서비스업체들이 공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SI사업까지 진행할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대학 IT시장이다. 대학IT시장은 연간 1000억원대의 시장으로 평가되는데 그동안 중소SW업체들이 차세대 시스템 등 관련 시스템 시장을 선도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IT서비스대기업의 대학 차세대시스템 사업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학 시장에서 대형 사업으로 평가된 몇몇의 대학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대형 IT서비스업체가 수주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IT서비스업체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구축사례와 매출액 달성을 위해 사업을 무리하게 수주하고 있다는 평가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부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IT서비스업체와 SW업체들이 그동안 대학 IT시장을 주도해왔는데 이제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이 브랜드를 내세워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며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의료 IT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의료영상정보시스템(PACS)이나 태블릿기반 의료서비스 등은 IT서비스대기업의 영역이라 하더라도 중소 병원들의 병원경영관리시스템과 같은 의료IT전문 업체들의 텃밭에도 IT서비스대기업의 진출이 예상되고 있다.
의료 IT업체의 한 관계자는 “모 업체가 ASP 형태로 경영관리시스템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며 “병원경영관리는 노하우와 경험이 축적돼야 하기 때문에 쉽게 진입하기 어렵겠지만 긴장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이 몰려온다" 중견 IT업체들 텃밭뺏길라 긴장 = 중견IT업계에서는 IT서비스대기업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민간 SI시장에 진입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공공시장 참여 제한으로 공공사업 담당 인력들의 시장 재배치가 불가피한 만큼 민간SI 시장에 대한 IT서비스대기업의 진출은 이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사업 확대를 위해 공공SI 시장을 노리는 중소SW업체들도 있겠지만 아직도 대다수 업체들이 자신들의 고유 영역에서 성장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IT서비스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대학, 의료 등 전문 분야에서 그동안 특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SW업체들이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IT서비스대기업의 진출은 우선 지켜봐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SW전문기업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특정 영역에서 잘 하고 있는 곳이 업체들이 대기업이 들어온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본다”며 “다만 IT서비스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으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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