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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디스커버 2012] “HP는 드림웍스의 조련사”…그들은 왜 손잡았을까

백지영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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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여의도 한국HP 본사 건물에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슈렉’의 대형 포스터가 걸린 적이 있습니다. 지인 중 하나는 이를 보고 HP가 ‘슈렉’을 만드는 만화영화 제작사인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드림웍스와 HP의 견고한 파트너십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드림웍스와 HP는 지난 2001년, ‘슈렉’ 제작을 시작하면서 처음 손잡았습니다.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CEO는 기존 애니메이션 제작이 수작업으로만 진행되던 시절,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섬세한 캐릭터 작업 등을 위해선 컴퓨터그래픽(CG)의 도입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후 HP의 도움을 받아 드림웍스는 PC부터 워크스테이션, 서버 등을 도입해 CG와 3D 영화 제작을 위한 IT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5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HP 디스커버 2012’ 컨퍼런스에서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CEO가 ‘짠~’하고 나타났습니다. 멕 휘트먼 HP CEO의 소개로 등장한 그는 처음부터 정말 재미있는 영상을 화면에 띄우며 청중들의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다름 아닌 18년전 라스베이거스 인근 호텔에서 있었던 본인의 연설 장면이었습니다.(비록 지금은 대머리지만, 당시만 해도 머리숱도 제법 있고 파릇파릇한 그의 모습이 영상을 통해 흘러 나왔습니다). 이윽고 관련 영상에서는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의 실제 모델이었던 진짜 사자 ‘판초’가 무대로 어슬렁거리며 나타났습니다.

조련사 손에 이끌려 무대에 등장한 ‘진짜’ 사자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며 제대로 진행을 못하게 했고, 카젠버그의 당황스러운 모습이 이어졌습니다.

카젠버그는 이 영상을 보여준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저 사자가 예측하지 못했던 행동을 하는 것처럼,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 역시 예측 불가능할 때가 있지요. 저 화면에서처럼 저는 조련사가 있었기 때문에 다치지 않았습니다. 기술에 있어서도 조언자가 필요합니다. 판초의 조련사가 저를 보호했듯이 HP와 HP 직원들이 우리를 지원했기 때문에 현재의 드림웍스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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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지난 12년 동안 HP와 관계를 맺어오면서 누구보다 가까운 파트너가 되었고, 이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앞으로도 멕 휘트먼 CEO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HP와 더 높은 신뢰관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얘기가 이어졌습니다.(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두 CEO는 1989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합니다. 월트 디즈니사에서 함께 일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가까이서 휘트먼을 지켜봐 왔고, 그녀가 전체적인 비전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세세한 것까지 잘 챙길 줄 아는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카젠버그 CEO는 그동안 드림웍스가 슈렉과 드래곤 길들이기, 메가마인드, 마다가스카와 같은 애니메이션 대작을 제작하는데 있어 IT기술이 얼마만큼 큰 기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계속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한편은 약 13만 프레임으로 이뤄져 있는데, 만약 이것을 수작업으로 한다면 1분짜리 영상을 만들기 위해 5명의 만화가가 5개월에 거쳐 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멀티코어 프로세싱 기술을 통해 이는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됐습니다.

카젠버그 CEO는 “이를 톨해 예술가들은 상상한 것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며 “특히 HP의 코치 덕분에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드림웍스와 HP는 공동으로 ‘드림 컬러 디스플레이’라는 모니터를 공동으로 개발해 원하는 색상을 구현할 수 있었으며, HP의 도움으로 기꺼이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한 첫 번째 고객이 바로 드림웍스였습니다.

그는 “이처럼 새로운 기술이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기업들은 이로 인해 희생되던지, 혹은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며 “기술은 제어할 수 없는 야생동물이 될 수도 있지만,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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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을 마무리하면서 그는 “18년 전의 상황을 재연해보자”고 말해 청중들을 기대하게 했는데요(대부분이 카젠버그가 보여준 18년 전 영상처럼 진짜 사자가 나올지 잔뜩 기대한 것이지요). 실제 사자가 나오긴 했습니다. 바로 마다가스카의 사자 캐릭터인 ‘알렉스’가 진짜 사자인 ‘판초’ 대신 등장했습니다.

마치 한 가족처럼 ‘알렉스’를 사이에 두고 드림웍스 카젠버그 CEO와 HP 멕 휘트먼 회장이 나란히 섰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양사의 파트너십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윽고 무대 뒤의 장벽이 젖혀지면서 휘트먼 회장이 “드림웍스 회사 전체를 이곳으로 직접 옮겨올 수는 없지만, 여러분들을 위해 준비했다”고 말하자 드림웍스가 여태까지 제작했던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드림웍스의 작업장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펼쳐졌습니다.


[백지영기자 블로그=데이터센터 트랜스포머]
백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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