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보통신부를 해제하고 ICT 정책 기능을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이관했지만 업무중복, 부처간 갈등 등 비효율성에 방통위가 정치에 매몰되면서 ICT 성장동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최근 학계, 정치권 등 다양한 주체들이 ICT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토론회, 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현 정부의 ICT 조직 및 관리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4일에는 정보통신정책학회(회장 김동주)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ICT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추진 체계 모색'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첫 발표를 맡은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현 정부와 함께 출범한 방통위의 정치성으로 인해 방송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방송업계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며 "통신쪽에서는 방통위 정치성으로 인해 시장에 대한 조정과 지원보다는 과도한 개입과 관심의 분산을 초래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방통위과 옛 정통부의 주요 업무를 다른 부처와 나누어 담당하다보니 전반적인 발전 동력이 약해진 것으로 통신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강 교수는 IT강국의 위상을 지속 발전시키기 위한 강력한 단일정책·규제기구인 부처와 방송의 정책과 규제를 담당하는 위원회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통합부처는 통신 규제와 진흥 및 국가정보화, 디지털콘텐츠 등의 관련 업무 및 케이블TV, IPTV, OTT 등 융합 미디어를 총괄하는 기구를 뜻 한다"며 "공공방송위원회는 공적 성격이 강한 매체만을 별도로 관장해 미디어의 독립성과 공공성 문제를 해결하는 기구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현재 각 부처의 업무를 재배열하는 차원을 넘어서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정책·규제 패러다임의 실행 의지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초정파적 융합 논의 기구와 통합적인 커뮤니케이션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현 정부의 ICT 관련 정부조직에 대해 제기된 비판을 ▲ICT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 곤란 ▲부처간 중복, 갈등 심화와 조정 부재 ▲민간기업의 과도한 불편과 혼란 ▲위원회 조직의 과잉 정치화와 전문성 부족 등으로 요약했다.
이러한 비판에 기반해 권 교수는 "최근 제시된 다양한 ICT분야 정부조직 개편안들 중에서는 독임제 ICT전담부처를 설립해 분산된 정책기능을 통합하되, 공영방송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위원회를 부처 내부에 설립하거나, 또는 행정부와 독립된 형태로 설립하는 두 가지 안이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ICT 독립 전담부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ICT산업의 세계적, 국내적 특수성과, 콘텐츠·소프트웨어 경쟁력의 취약성에 대한 대응이 요구되기 때문이지만 이것이 ICT에 대한 전반적 정부개입 확대 필요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방송통신 규제와 진흥 기능은 적어도 경제적 규제에 있어서는 불가분의 관계이고 ICT전담부처와 타부처 간의 기능 중복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ICT전담부처는 공급자적 측면으로, 타부처는 수요자적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용하다"며 "독임제 부처의 기능과 정치적 위원회의 기능 둘 다 포기할 수 없으며 따라서 복합적 거버넌스 구조는 필연적"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권 교수는 정보통신진흥기금 관리와 우정사업은 현재와 같은 운영구조에서는 ICT전담부처로 이관하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