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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계까지 온 KAIST 사태… 오명 이사장은 책임없을까

박기록 기자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조목조목 강경한 어조로 ‘사퇴 불가론’을 낭독한 서남표 총장의 지난 16일 서울 기자회견의 파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서총장의 사퇴 또는 퇴진 거부와 관련한 내용들은 이미 지난 1년동안 숱하게 기사화됐습니다. 사실 그 자체로는 이제 놀라운일이 아닙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퇴임압박을 받을때마다 서총장도 ‘공개서신’ 파동 등 저돌적인 방법으로 정면 돌파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서총장의 서울 기자회견에는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의도는 어렵지않게 알 수 있습니다. 다름 아닌 ‘오명 KAIST 이사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는 20일 소집되는 KAIST 이사회에서 서총장에 대한 해임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해임결정이 내려지면 서총장의 시대도 결국 막을 내리게 됩니다.  


서총장으로서는 어쩌면 하고싶었던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더 이상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그가 ‘하고싶었던 말’은 물론 오명 이사장입니다.


서총장은 과거 공개서한 파동때도 오명 이사장을 거론한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강도가 크기가 다릅니다. 실제로 이번 '기자회견 참고자료'로 첨부된 자료를 보면 오명 이사장과 관련한 내용이 적지않습니다.

 

그는 테뉴어 문제와 교수협의회, 특허 도용사건 등 서총장을 괴롭혀왔던 문제들의 궁극적인 책임을 ‘오명 이사장’에게 묻고 있습니다. 

 

오명 이사장이 서총장의 개혁을 지지하는 듯했지만 실제로는 자신에게 기회가 있을때마다 '퇴임 압박'을 수차례 종용했다는 내용과 함께 KAIST는 학교이고 교육기관이기때문에 '정치'가 끼면 안된다며 학교 내부의 '파벌'도 언급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서총장은 여러 가지 이유를 열거하면서 오명 이사장을 KAIST의 '반 개혁적' 인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바꿔말하면 오명 이사장에게 KAIST 사태의 본질적인 책임을 묻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해 당사자들은 예외겠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여러 입장차이가 있을 수 있는 사안을 '개혁과 반개혁'구도로 단순화 시키는 것은 경계해야합니다. 


하지만 서총장의 주장를 별개로 놓고 보더라도, 이제 KAIST의 문제를 개혁과 반개혁의 프레임으로 보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면 오명 이사장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새겨 들어야할 대목입니다. 


누가 개혁적인가, 반개혁적인가를 따지는 것은 마치 '선과 악의 대결'처럼 필요이상으로 소모적일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이는 서총장 이후'에도 KAIST 문제가 치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안타깝지만 일반 국민의 시각에 있어 테뉴어 심사의 강화 등에 대한 KAIST내 일부 교수들의 반발은 제3자의 시각에선 '반개혁'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


서총장측의 표현대로라면, 이러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오명 이사장은 서총장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사실확인 절차없이 그들의 입장에서 총장을 흔들었고, 급기야 학생들까지 반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서총장측의 주장입니다.


KAIST는 국민의 소중한 혈세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의 영재들이 모이는 KAIST가 흡사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처럼 음침한 중세 수도원의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면 이는 불행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는 KAIST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책임입니다. 나아가 KAIST 사태에 대해 거리를 두면서 여론만 살피고 있는 교과부도 비난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참고로, 다음은 서총장측에서 지난 16일 발표한 '보도 참고자료'중 일부입니다.(괄호안)

 

(이사장이 2년간 한일은 '서남표 죽이기'와 '제 사람 챙기기'이다. 지난 2010년 9월 "카이스트는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했다"면서 "카이스트 이사들은 물론 서총장과 협력, 나라와 인류에 이바지한는 세계 톱 10 연구중심대학으로 크는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지만 재임기간중 30차례 직간접적으로 사퇴를 요구해왔다. 그리고 지난 2년간 한일은 이사회에 측근배치, 서남표 계약해지 말고는 무엇이 있는가.

 

작년 12월 이사회 시작전에 따로 불러 직접 사퇴하라고 압박했고, 이사회에서 거부하자 그 자리에선 그 부분을 함구했다. 또 특정고위층을 언급하면서 직접 얘기한 적도 있다. 이사회 구성은 올해 2월과 5월 새로 선임된 8명중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이사장과 교과부간의 협의를 거친 분들이다.  카이스트가 이사장 사교모임인가.

 

오명이사장은 대학개혁을 오도하고 있다. 카이스트에 정치가 끼면 안된다. 여기는 학교고 교육기관이다. 학교 발전과 연구자 스스로를 위해 몰두하면된다. 과학계 특정 학맥이니 특정 연고니 그런 카르텔이 왜 필요한가. 그런 것을 견제하는 것이 대학 개혁이다.

 

그런데 이사장의 행보는 그런 개혁과는 거리가 있다. 문제를 시끄럽지않게하는 것은 덮는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 행위다. 소리가 나더라도 고치고 가는 것이 개혁이다. 개혁을 추진하는 사람이 삶의 전반에서 증명해야만 정당성을 얻는 일이다.

 

제 판단으론 이사장은 학내 문제를 상식적으로 풀 의도는 없었던 것 같다. 대학 개혁을 지지않는 게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인식하고 있다면 테뉴어를 무력화하려는 교수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를 때는 이사회 차원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을 거쳐 경고라고 했어야 했다.

 

이사장은 최근 지난 7월14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 서총장이 사퇴압력을 받았을떄는 대학 개혁을 계속해 달라며 그를 지지했지만 이제는 (서총장 거취를)공론화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한바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4월, 한달간 이사장이 총장에게 비공식적으로 사퇴 요구를 한 것이 네번 있었다. 국회 일정을 넘길 수 없으니 즉각 사퇴하라는 게 당시 이사장의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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