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5G·SDN 차세대 네트워킹 기술 R&D 주력, 주도권 확보”

이유지 기자
- 김봉태 ETRI 차세대통신연구부문 소장 “지금은 네트워크 투자 확대할 시점, 통합 ICT 인프라 정책 필요”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스마트기기 사용이 확대되면서 현실화된 ‘모바일 트래픽 빅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정책이 최근 활발히 요구되고 있다.

현재 봉착한 트래픽 폭증 문제 해결방안을 시급히 찾지 못하면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잘 닦아놓은 ICT 인프라 경쟁력과 더불어, 앞으로 중요한 성장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IT 인프라 강국’이 되는데 핵심 토양을 제공해온 네트워크는 이미 그 생태계가 심하게 파괴돼 있어, 복구가 시급하다는 진단이 내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ICT 정책에서 혼선을 빚으며 네트워크 인프라 정책은 실종된 수준이고, 핵심 역할을 하는 연구개발(R&D) 투자도 계속 축소돼 왔다. 국내 네트워크산업 지반도 크게 약화돼 남은 중소기업이 시장 창출에 애를 먹고 있다. 수요자인 통신사업자들마저 투자여력을 잃어가고 있어 총체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차세대통신연구부문을 이끌고 있는 김봉태 소장은 20일 기자와 만나 “ICT 인프라는 국가 경제의 중요 인프라”라며, “지금은 네트워크 투자를 확대해야 할 시점이고, 국가 차원의 통합적인 ICT 인프라 정책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트워크 전환기, 적극 대처해야=1980~1990년대 메모리 반도체, TDX 교환기, CDMA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며 우리나라를 IT강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초석을 다져온 ETRI만 봐도 이같은 현재의 상황을 알 수 있다.

ETRI는 정부 출연연구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10%대의 정부출연금 비중을 나타낼 정도로 정부출연금이 축소됐다. 2011년 ETRI가 받은 정부출연금은 전체 5700억 예산 가운데 694억원이다. 네트워크 관련기술 R&D를 담당하는 차세대통신연구부문의 조직규모는 3년 전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수행과제도 대부분 10억원 안팎의 단기성 과제 중심으로 선도적인 원천기술을 개발할 기반이 갖춰져 있지 못한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주춤한 사이에 국내외 네트워크·통신 시장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뿐 아니라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들까지 무서운 기세로 파고들고 있다.

김 소장은 “앞선 인프라를 바탕으로 트래픽 폭증 문제를 남보다 빨리 체감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우수한 테스트베드를 갖추고 있다”며, “에릭슨이 국내 사업자에 클라우드 기지국 등의 장비를 공급하며 실험해 얻은 성과를 다른 나라로 전파해 활용하려 하는데, 국내 산업은 영세해 실험도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김 소장은 “희망은 있다”며, “과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던 시기에 빠르게 메모리 반도체, TDX 교환기, 디스플레이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개발했던 것처럼 네트워크 전환기에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5G 표준화 추진, 차세대 네트워킹 기술 선도=ETRI는 최근 R&D가 보다 활발해진 조선·자동차·의료 분야의 IT융합 기술과 디스플레이, 스마트 TV 기술 개발 외에도 패킷-광 전송 스위칭 기술, 4G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 Advanced) 기술을 개발했다. LTE 어드밴스드 기술은 지난 2010년 세계 최초로 시범 서비스 시연에 성공, 2015년 상용화를 목표로 LG컨소시엄과 협력하고 있다.

LTE 어드밴스드 기술은 앞으로 그 경제적 파급효과가 360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LTE 어드밴스드 기술을 개발한 차세대이동통신 분야를 비롯해 미래인터넷, 컴퓨팅네트워크, 광인터넷, 차세대이동통신, 무선통신, 모바일컨버전스까지 ETRI는 유무선 네트워크에 필요한 핵심 요소기술을 6개 연구부에서 350여명이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기술이 5세대(G) 이동통신과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이다.

우선 5G는 국제표준화를 주도하는 것이 목표다. 김 소장은 “이동통신 분야에서 4G 다음으로 꼽히는 5G 기술 정의, 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연구그룹 100여명을 구성해 본격 연구하고 있다”며,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지만, 2018년 기가코리아 프로젝트 결과물을 시범 적용하는 시점에 맞춰 서비스를 공개하는 것이 내부 목표”라고 설명했다.

4G보다 더욱 대용량 트래픽을 고속 처리할 것으로 기대되는 5G는 아직 기술이 확실히 정의돼 있지 않다. 따라서 ETRI는 5G 기술을 4G 보다 10배 빠른 전송 속도를 제공하면서도 10분의 1 수준의 전력소모가 가능할 수 있도록 목표를 정해 개발하고 있다.

김 소장은 5G는 빠른 속도뿐 아니라 유무선 인프라, 다양한 서비스와 능력이 결합, 창출돼 ‘지식통신’이 가능한 인프라로 구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학 중심에서 업계와 시장에서도 연구개발이 활발해진 SDN은 차별화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ETRI는 아직 전세계적으로 연구개발이 미흡한 유무선 망을 위한 SDN 개발로 ICT 인프라를 고도화하는데 활용하는 동시에 우리나라가 기술 주도권도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내고 있다.

이에 관해 김 소장은 “가입자, 비즈니스망에서 활용할 수 있는 SDN 기술을 우리나라가 새롭게 고안해 제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가 ICT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미래 스마트 인터넷 구현 전략에도 SDN 활용이 모색될 예정이다. 미래인터넷연구부에서 담당하는 혁신구조 연구와 컴퓨팅네트워크연구부에서 진행하는 스마트인터넷 관련 컨텐트라우팅 기술·스마트노드 연구개발 등이 SDN 기술개발과 관련돼 있다.

김 소장은 “모든 것이 네트워킹으로 연결된 시대에서 철도·도로교통망·경찰망 등 주요 국가망과 유무선 사업자 망을 포함한 인프라를 개별 부처와 기관, 회사에만 맡겨둬선 안된다”며, “네트워크 인프라를 고민할 전담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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