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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웨이퍼 300→450㎜ 전환 움직임…미세공정 전환 한계점 다다라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인텔과 TSMC가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의 지분을 확보하고 차세대 450mm 장비 등에 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ASML은 10나노급 초미세회로를 그릴 수 있는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450mm 웨이퍼 기술과 EUV 노광 장비를 집중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ASML은 자사 지분 25%를 조건으로 걸고 인텔과 삼성전자, TSMC 3개사에 공동 R&D 및 투자를 제안한 바 있다. 현재 인텔과 TSMC만 투자 발표를 한 상태로 삼성전자까지 참여할 경우 10나노급 미세 공정 전환 및 그간 지지부진했던 300mm→450mm 웨이퍼로의 전환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8억3800만유로를 투자해 ASML의 지분 5%를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EUV 노광 및 450mm 웨이퍼용 노광 장비에 관한 R&D 비용으로 2억7600만유로를 추가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달러로 환산하면 총 14억달러 규모다.

인텔도 향후 5년간 ASML에 총 41억달러를 투자한다. 우선 ASML 지분 10%를 21억달러에 인수하고 R&D 투자에 6억8000만 달러를 투입키로 했다. 또 ASML 지분 5%를 추가 인수하는데 10억달러를 사용하고 R&D 투자에 3억4000만달러를 순차적으로 투입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열린 2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ASML 지분 투자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0나노 공정 전환 및 450mm 웨이퍼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ASML의 노광 장비가 필수인 만큼 TSMC와 비슷한 규모(14억달러)의 투자를 진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세계 반도체 업계의 공룡들이 이처럼 차세대 장비 개발에 열을 쏟는 이유는 현재 활용하고 있는 미세공정 기술이 한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매년 떨어지는 반도체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 장의 웨이퍼에서 보다 많은 칩을 뽑아내야만 한다. 실리콘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얇게 그려 넣는 노광 공정이 핵심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EUV 노광기는 현재 20~30나노급에서 사용하는 이머전 노광(+더블 패터닝) 대비 파장(13.5nm)이 짧아 보다 얇게 회로를 그려 넣을 수 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운영책임자는 “ASML의 기술은 18개월마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을 연장시킬 수 있는 핵심 도구”라고 설명했다.

인텔과 TSMC 등은 이번 투자를 통해 450mm 웨이퍼로의 전환도 노리고 있다. 여기에는 10나노대 이하로는 더 이상 공정을 미세화 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450mm 실리콘 웨이퍼는 현재 300mm 대비 면적이 2.25배 넓어 웨이퍼 한 장에서 뽑아낼 수 있는 칩 수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그러나 450mm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거액의 투자금이 필요하고, 실제 공장을 운용할 때도 비용 절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어 업계의 표준 논의 및 합의가 지지부진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미세공정 전환만으로도 원가를 낮출 수 있었지만 10나노급 이후로는 웨이퍼의 크기 자체를 늘리지 않으면 추가적인 원가 절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그러나 450mm 웨이퍼 단가가 300mm보다 10배 이상 비쌀 것으로 보이고 핵심 장비도 450mm에 맞게 업그레이드 되어야 하므로 자금 동원력이 있는 선두 업체라 하더라도 도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전망도 엇갈린다.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전시회 세미콘웨스트 2012에서 크리스토퍼 뒤셀드로프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산업 연구원은 “2017년 450mm 웨이퍼를 도입한 공장에서 첫 양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9~2020년, TSMC는 2013~2014년, 인텔은 2015~2016년, ASML은 2016~2018년 사이 혹은 그 이후에 450mm 웨이퍼 공정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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