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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LG디스플레이 구미 P3 P6 LCD 생산 공장 가보니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방진복에 마스크까지 착용하니 숨 쉬기가 힘들고 등에선 땀이 흘러 내렸다. 박막트랜지스터(TFT) 기판 위에 일정량의 액정을 분사하고, 그 위를 컬러필터(CF)로 꾹 눌러서 퍼지게 하는 액정표시장치(LCD) ‘합착’(VALC) 공정의 신기함도 방진복의 불편함을 없애진 못했다.

방진복에 익숙한 LG디스플레이의 한 관계자는 “P3 공장 내부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친절하게 LCD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 생산직 신입사원들도 첫 1~2주는 방진복에 익숙지 않아 크게 고생한다”고 말했다.

구미 LG디스플레이 P3 라인은 2000년 6월 양산을 시작한 세계 최초 4세대(680×880㎜) 기판 크기의 LCD 공장이다. 2조원의 초기 투자비를 투입한 이 공장에선 기판 투입 기준 월 14만4000장의 LCD를 만들 수 있다.

2000년 당시 구본준 LG필립스LCD 대표이사 사장(현 LG전자 대표 부회장)은 P3 라인에서 양산된 첫 제품 출하를 기념해 공장 출입구 옆에 비석을 세웠다. 벌써 12년이 넘은 이 비석에는 이런 글귀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世界(세계) LCD史(사)에 획을 긋는 4개월 만의 P3 조기 양산체제 구축과 (중략…) 우리의 땀과 열정으로 이룬 쾌거를 자축하며, 신화창출에 기여한 임직원들의 일등정신을 영원히 기리고, 우리의 혁신의지를 널리 알리고자 이 碑(비)를 세운다. Speed & Challenge! World No.1 LCD Company!”

2000년대 초반 LCD 산업은 반도체와 함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분류됐다. 기술 확보를 전제로 깔면, 대규모 투자를 빠르게 진행해 생산 능력을 확보한 업체가 주도권을 쥐었다. LCD 수요가 폭발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LG는 대규모 투자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외자를 유치했다. LG디스플레이의 최초 전신인 LG LCD는 네덜란드 필립스와 합작사(LG필립스LCD)를 설립, 지분 50%를 내 주고 약 2조원(16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수혈 받았다. LG는 이 자금으로 구미 P3 공장에 업계 최초의 4세대 LCD 설비를 들였다.

P3는 완공 시기로 보면 비교적 노후화된 공장이지만 ‘스피드 투자’ 경영의 첫 신호탄이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지녔다고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세계 최초 5세대(1000×1200㎜ P4 2002년 1분기), 6세대(1500×1850㎜ P6 2004년 3분기) 양산 공장 타이틀도 LG디스플레이가 가져갔다.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보한 당시 LG필립스LCD는 합작사 출범 4년 만인 2003년, 전 세계 LCD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Speed & Challenge!’를 슬로건으로 내 걸 만한 이유가 충분했다는 걸 증명했다.

그러나 재작년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 불안, 이어진 수요 부진, 공급 초과, 가격 하락, 실적 악화 여파로 지금 LG디스플레이의 슬로건은
‘Speed & Challenge!’가 아닌 Value(가치) & Challenge!’가 된 것 같은 모습이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적자를 지속하던 지난 해 4분기 “당분간 LCD 신규 투자는 없다”고 말했다.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단순 투자는 지양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라인 전환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도 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위한 옥사이드 방식에 대한 투자와 고해상도 스마트기기용 패널 생산을 위한 저온폴리실리콘(LTPS) 투자만 고려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결과를 뽑아낼 수 있도록 ‘스마트’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P3와 근거리에 위치한 P6 공장은 현재 비정질실리콘(a-Si) 방식에서 조만간 LTPS 공정으로 전환, 내년 하반기에는 프리미엄 고해상도 LCD와 플라스틱 기반의 플렉시블 OLED 디스플레이가 생산될 예정이다.


이 공장은 지난 주까지도 3교대로 100% 가동되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P6 공장 근무자는 3000여명으로 LTPS 전환 투자가 본격 이뤄지면 다른 공장으로 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리띠 졸라매고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한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흑자 전환을 자신하고 있다. 꼬박 2년 만에 찾아온 달콤한 흑자다. 이 때문인지 금요일 오후 교대 근무를 나온 직원들의 표정에는 생기가 흘렀다. 공단 근처 번화가인 인동으로 향하는 발길도 끊이질 않았다. 택시기사는 “인동의 불야성이 어디 회사의 흑자, 그리고 LG디스플레이 직원들만의 소비 때문이겠느냐”고 말했다.

<구미=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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