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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SW산업 살리기 핵심은 ‘제값주기’

심재석 기자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지난 5년 동안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기 위한 많은 정책을 펼쳤다. 한국형 스티브잡스를 만들겠다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세계 시장에서 통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정책은 일각에서 비판도 받았지만 나름대로의 성과도 거뒀다. WBS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에게 물어보면 부족한 R&D 자금을 충당하고, 새로 연구원을 채용할 수 있어 만족한다는 답변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업계의 전반적인 상황은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우수인력은 소프트웨어 업계를 외면하고, SW 업체들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여러 노력에도 상황이 나아지는 기색이 없다면, 대책은 없는 것일까. 업계는 정부 정책의 초점이 잘못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에서는 SW 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의 핵심은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아니고, 연구개발 과제 개발도 아닌 ‘제값주기’라고 주장한다.

26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SW산업전망컨퍼런스 2013’에서 김성진 알티베이스 대표는 “오라클, IBM, MS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정부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이나 연구개발 지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다”면서 “정부는 국내 소프트웨어 제품을 제값주고 사기만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에 적당한 대가만 지불하고 사면, SW 산업을 살리겠다고 별도의 예산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아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중 상당수는 정부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면서 성장한 회사들이다.

데이터베이스(DB) 시장의 절대강자 오라클은 CIA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당시 오라클은 원래 SDL이라는 이름으로 막 시작한 실리콘밸리의 흔한 스타트업에 불과했었다. 오라클이라는 회사 이름도 CIA 프로젝트 이후 프로젝트명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미 국방성에 대량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면서 글로벌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와 공공기관은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닌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의 최우수 고객이다.

올 상반기 MS가 우리나라 국방부가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요구한 라이선스 비용은 약2000억 원이다. 여기에는 윈도, 오피스와 같은 MS의 핵심 제품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반면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중에는 라이선스 매출이 2000억 원은커녕 1000억 원이 넘는 회사도 없다.

이 때문에 국내 SW업계는 정부가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우수고객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정부는 국내 SW 기업들의 불량고객이다.

특히 ‘유지보수요율’ 문제가 최우선적으로 풀려야 한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오라클에는 따박따박 22% 주면서, 국내 기업들에게는 8% 주면서, 이마저도 깎고 또 깎는 상황은 이제 끝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인식은 정부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정부는 지난 6월 ‘상용SW 유지관리 합리화 대책’이라는 것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이를 발표하며 “이 대책이 중소∙전문 SW기업의 수익성 제고 및 재투자 여력 향상 등으로 이어져 국내 SW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대책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정부통합전산센터가 책정한 2013년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예산은 약 85억원이다. 지난 해에는 약 92억원이었다. 오히려 줄어든 유지보수 예산을 보며 SW 업계는 허망함을 감출 수 없다.

이제 20일 후면 차기 정부를 이끌 수장이 탄생한다. 다음 정부에서는 SW 산업을 살릴 정책의 초점을 잘 맞춰주길 기대한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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