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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中 지역본부장 잦은 물갈이… 왜?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LG전자가 전자제품 최대 수요국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지역본부 대표(법인장)를 수시로 교체하고 있다.

29일 LG전자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신문범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중국 법인장으로 발령을 냈다. 현 법인장인 남영우 사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해외 법인의 경영 관리 수준을 높이는 지원 역할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라고 이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전사 경영혁신부문장을 맡고 있었던 남 사장은 지난해 6월 자진 사임한 조중봉 부사장의 뒤를 이어 1년 5개월 여간 중국 지역의 법인장 역할을 수행했다. LG전자는 전 세계에 8개의 지역본부를 두고 있는데 지역본부장을 사장급으로 임명한 건 당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히 정기 인사(조직개편) 시즌이 아님에도 중국 법인장을 전격 교체한 이유에 대해 “전자제품 최대 수요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보다 철저히 공략하고자 하는 구본준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당시 업계에선 해석했다.

그러나 남 사장이 중국 법인장을 맡은 이후 LG전자의 주력인 TV와 휴대폰 사업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LG전자의 중국 지역 TV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1.8%로 최고 전성기였던 2010년 3분기(5.4%) 대비 3.6%포인트나 하락했다. 2010년 3분기 LG전자가 중국 지역에서 올린 TV 관련 매출은 3억157만달러에 달했으나 올 2분기에는 9266만달러를 기록, 3분의 1 이상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 사업은 더 나쁘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0년 LG전자의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3.4%(710만대)였지만 작년 1.6%(410만대)로 감소했고 올해는 1%의 점유율도 달성하기 힘들다는 우울한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은 “LG전자의 중국 내 휴대폰 판매량이 크게 떨어져 최고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LG전자의 전사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8.3% ▲2011년 7.6% ▲2012년 3분기 누적 7.2%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올해 연간 중국 지역의 절대 매출은 작년(4조1360억원)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LG전자가 이번 인사에서 중국 법인장을 교체한 이유는 부진한 실적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최근 경영 성과에 중점을 두고 인사를 단행하고 있는 LG전자가 남 사장을 본사로 불러와 해외 법인의 경영 관리 역할을 맡겼다는 점에서 중국 지역의 실적 저하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부실하고 불투명한 중국 법인의 유통 및 경영 구조를 털어내기 위해 ‘경영혁신’에 일가견이 있는 남 사장을 단기 파견 형태로 중국 법인장에 앉혔다는 것. 조준봉 전 부사장이 지난해 중반 돌연 사임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추정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대표 이사로 부임한 이후 내부 실적 보고서의 형태가 매우 깐깐하게 변경됐고, 오기(誤記) 사고를 낼 경우 사안에 따라 큰 책임을 져야한다”며 “최고경영자가 회사의 모든 경영 환경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그간 전사적으로 많은 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86년 LG전자에 입사한 신문범 사장은 중아 지역 대표, 서남아 지역 대표, 인도법인장을 두루 거친 해외영업통이다. 지난 2009년 인도법인장을 맡았을 당시 인도 100대 기업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 사장은 앞으로 ‘중국사업강화’라는 중책을 담당하게 된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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