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중국계 여성 수장…변화 맞이한 한국IBM

백지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외국계 IT 대표기업인 한국IBM이 최근 미국 국적의 중국계 여성 임원을 수장으로 선임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 기업의 CEO 교체는 앞으로의 회사 전략이나 방침,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더군다나 8년 만에, 그것도 외국인 CEO의 등장은 한국IBM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IBM의 CEO 교체설은 지난 2011년 4월 농협 전산마비 사태 이후로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수많은 하마평이 오르내렸지만, 결국 IBM의 선택은 중화권 시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셜리 위-추이’였다.

그동안 국내 IT업계에서 외국인 CEO가 취임하는 경우는 대부분 특정 사건(?)이 발생한 이후다.

한국IBM 역시 이휘성 사장의 취임 이전인 2004년 공공기관 납품비리 파문으로 약 1년여 간 IBM 미국 영업유통본부 사업개발담당 부사장이었던 토니 로메로씨가 파견된 적이 있다.(공교롭게도 그는 IBM 아르헨티나의 납품비리 사건으로 지사장이 교체됐을 때 신임 사장으로 임명됐던 인물로, 한국IBM 사장 선임 이후 ‘뒷수습 전문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비슷한 예로 한국HP의 경우도 현 함기호 사장 취임 이전인 지난 2009년 영국인인 스티븐 길 사장이 부임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길 사장 부임 이전 한국HP는 최준근 전 사장이 15년간 CEO로 재임하면서 외국계지만 지극히 한국적인 성향과 문화를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2008년 공공 부문 유통비리 사태로 기업 윤리성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실제로 스티븐 길 사장이 부임한 1년 8개월 동안 총판 관련 인력들이 대거 정리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지난 2011년 부임한 델코리아 피터 마스 대표도 미국인이다. 1년 9개월째 델코리아 수장을 맞고 있는 마스 대표의 부임은 잇따른 지사장 교체 이후 이뤄졌다. 앞서 취임했던 2명의 CEO 모두 1년의 재임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했던 만큼, 델코리아 내부적으로도 혼란을 겪고 있는 상태였다.

이번 한국IBM의 대표 교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태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IBM이 이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띨 것이라는 점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CEO 선임을 통해 회사를 당분간 관리형 체제로 재편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주요 사업 부문의 인사 이동도 시작됐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일까.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GTS)를 총괄하던 김원종 부사장이 아태지역으로 발령난 것을 제외하고는 주요 임원들의 전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제너럴비즈니스(GB)를 담당하던 이장석 부사장이 GTS를 담당하게 됐고, 기술영업지원을 총괄하던 정진국 상무는 클라우드영업 총괄 로, 클라우드 영업을 총괄하던 주은심 전무는 글로벌프로세스서비스(GPS), GPS를 총괄하던 박원섭 부사장은 비즈니스파트너 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이같은 인사이동 및 조직개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직 내부 결속과 영업 방향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지사장 교체의 결과에 많은 차이가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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