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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멎는 속도경쟁 ‘Low latency’… KRX 차세대, 왜 중요한가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승자는 약 일주일 뒤에 가려진다. ‘한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전산플랫폼을 구현한 솔루션’이란 영예도 함께 얻게 된다.

 

한국거래소(KRX)가 추진하고 있는 349억원 규모의 차세대 시장거래시스템인 엑스추어 플러스(EXTURE+)에 적용될 하드웨어및 소프트웨어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오는 15일 발표된다.

 

이번 KRX의  엑스추어 플러스 구축 사업이 향후 1년간의 일정으로 본격화되면 이제 국내 증권업계의 화두는 당분간 ‘로우 레이턴시’(Low latency)라는 ‘속도의 괴물’이 지배하게 된다. 

 

‘Low latency’란 무엇일까. 말 그대로 '증권 거래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 세계 경기가 침체돼있기 때문에 아직 크게 부각된 이슈는 아니지만 지금 글로벌 거래소 시장은‘속도’와의 전쟁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속도의 문제’ 거래소, 증권업계 공동의 화두 = 거대한 글로벌 금융 자본을 잡기위해서는 거래체결 속도가 느린 시스템으로 경쟁하기가 역부족이다. 

 

동아시아 지역만하더라도 우리 나라의 KRX는 도쿄, 상하이, 싱가포르, 홍콩증권거래소 등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KRX가 그런 위기감속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이번 엑스추어 플러스 프로젝트다.

 

KRX의 기존 시스템(엑스추어)은 도대체 얼마나 속도가 느린걸까. 사실 일반들은 전혀 실감나지 않는 차이다. 어찌보면 논리상에서만 존재하는 속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경쟁이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증권 매매주문을 내고 거래소에서 처리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 즉 Latency는 2만마이크로초(1㎲:100만분의 1초)이다. 그런데 해외 선진 거래소의 레이턴시는 100마이크로초로 훨씬 더 성능이 좋다. KRX측은 엑스추어플러스 개발이 끝나면 이같은 세계 시장과의 격차가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세계 증시에서는 다양한 거래소 시장이 존재한다. KRX와 같은 일반적인 증권거래소 시장외에도 야간에도 거래가 가능한 ECN (Electronic Communication Network,  장외거래시장)이 존재하고, 범유럽의 전자거래 플랫폼인 MTF(Multilateral Trading Facility, 다자간거래 시스템), Dark Pool(투자정보에 대한 익명거래시장을 통한 기업투자가들의 대량 매매시장 ) 등이 있다.

 

다양한 시간대, 다양한 형태의 전자거래 참여로 인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자본의 이동속도는 크게 빨라지고 있다. 당연히 거래소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다양한 거래를 위한 유연성, 초고속, 대량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 하는 인프라를 갖춰야한다.

 

또한 거래소가 이처럼 Low latency 체제로 전환하면 이와 연계된 증권사들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된다. 그와 걸맞게 증권사들도 전산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한다. Low latency 시대 이후의 증권시스템이 혁신적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측하는 근거다.  

 

해외의 경우 거래소가 Low Latency를 도입한 후 회원사들의 대응은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됐다. 

 

IBM의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주 거래소의 매칭 엔진에 가까운 위치에서 운영하는 코로케이션(co-location)을 이용해 엄청난 속도(20~40 마이크로 초)를 구현하거나 또는 신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도입하게 된다.  물론 아무 대응하지 않고 경쟁에도 신경 쓰지 않는 증권사도 있으나 그런 회사는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트레이딩에 맞춰져 있지 않은 회사들이다.

 

해외 사례들 보면 거래소가 Low Latency 환경으로 전환한 후 거래량이 2배 ~ 3배 늘어나는는 추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사활건IT업계의 경쟁 = Low latency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거래소 시장의 경쟁뒤에는 역시 IT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존개한다.

 

기술적으로는 저비용 고성능 아키텍처로의 이전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특히 서버 플랫홈은 유닉스(Unix) 서버에서 리눅스 서버로, 네트웍은 1G 이더넷에서 10G 이더넷 또는 인피니밴드 네트워크로, 데이터 처리는 RDBMS 대신 인메모리(In-memory) DB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앞서 국내에서도 Low latency에 대한 대응은 이미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제시됐다. 지난 2011년 5월, 금융위원회는 HFT와 ELW 시장의 추가 건전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주로 주식매매만을 담당하면서 매매체결 부문만 전문화된 시스템을 유지함으로써 거래비용이나 체결속도면에서 정규거래소보다 경쟁력이 있는 대체거래소(ATS) 도입이 논의됐다.

 

기존에 유닉스에서 진행되던 업무가 리눅스로 마이그레이션 되어 low latency 업무가 구축되다보니 리눅스 기술 서 비스 지원 체계가 매우 중요해졌다.

 

또 네트워크는 대역폭과 속도는 인피니밴드가 가장 빠르나 방화벽과 연결되는 구간은 사용할 수 없으며, 10GbE의 경우 iWARP  또는 RoCE 를 지원하는 RNIC 또는 TOE를 지원하는 NIC을 사용하여 인피니밴드에 근접하게 Latency를 줄일 수 있다.

 

이와함께 서버 플랫폼의 경우, Latency 측면에서는 x86 서버와 리눅스 운영체제의 조합이 가장 빠른 성능을 제공한 것으로 분석됐다.

 

'X86 + 리눅스' 조합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는 가볍고 빠른 구성의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고 여기에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저비용 고효율의 x86 하드웨어가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IT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안정성도 좋아지고 있고 지속적인 개발로 급변하는 시장의 요구 사항을 비교적 빨리 수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즉 x86 서버 도입으로 간단하고 오픈돼 시스템으로 새로운 인프라 구축 시 변경 및 신설의 용이성이 확보됨으로써 계속적인 고성능의 CPU 출시 및 고객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하드웨어 요소들의 계속적인 출시로 빠르게 변화하는 IT시장에 민첩하게 대응이 가능하게 됐다.

 

한편 Latency를 줄이기 위해 RDMA와 같은 특별한 프로토콜을 사용해야 한다. 이와관련 IBM 보고서는 "기존 TCP/IP 방식에 비해 안정성과 가용성을 보완해야하는 부담이 있다"며 "기술적으로 정확히 이해하고 코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절한 도구와 개발자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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