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결국 맥 끊겨버린 저축은행 차세대시스템 시장

이상일 기자

- 지난 2010년 가동한 차세대시스템 활용 여부에 관심, 장기적으로는 중앙회 시스템에 흡수 전망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대형 저축은행으로 분류되는 신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에 들어가며 사실상 퇴출의 수순을 밟게 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IT업계의 시선도 남다르다.

 

공교롭게도 국내 저축은행 차세대시스템 시장 확산의 원동력이 됐던 회사가 다름아닌 신라저축은행이다. 이 회사가 영업정지에 들어가면서 이제 저축은행 차세대시장은 지난 2012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시스템 오픈을 마지막으로 맥이 끊기게 됐다.

 

저축은행 차세대 시장을 새로운 금융IT 틈새시장으로 키우려 했던 IT업체들의 전략도 대부분 수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임시회의를 열고 신라저축은행에 대해 예신저축은행으로의 계약이전 결정 등의 조치를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예신저축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100% 소유하고 있는 가교저축은행이다. 신라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채와 관련 자산을 계약이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신라저축은행을 넘겨받은 예신저축은행은 지난 15일 신라저축은행의 기존 8개 영업점에서 정상적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이로서 2010년 완성된 신라저축은행의 차세대시스템의 미래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물론 예신저축은행은 우선 신라저축은행의 전산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할 계획으로 차세대를 통해 구축한 전산시스템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신라저축은행의 전산시스템을 예신저축은행이 임차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유지하게 된다”며 “매각작업이 완료될 때 까지는 현행시스템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신라저축은행 차세대시스템은 저축은행중앙회 전산시스템 전환으로의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정책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중앙회 전산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은 비용상 쉽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가교저축은행은 저축은행의 매각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향후 인수주체가 어디가 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신라저축은행 독자시스템은 사라지게 될 확률이 높다.

 

앞서 신라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차세대사업 중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함께 최근에 완성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2010년 한국HP를 주 사업자로 계정계, 정보계, 대외계, 인터넷 뱅킹을 포함한 은행의 전 시스템을 새로 개편한 것.

 

한국HP도 자사 금융 솔루션인 ‘어댑티브 뱅크’와 인테그리티 수퍼돔 서버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한국 시장에서 독자적인 금융 솔루션을 통한 저축은행 차세대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부실로 인한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저축은행 차세대시장은 사실상 움츠러들었다.

 

중소 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대형 저축은행까지 금융지주사에 인수되거나 정리 수순을 밟게 되면서 차세대시스템 구축 동력을 잃게 된 것.

 

물론 시중은행에 인수된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독자적인 시스템 구축 사업이 예상됐지만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한 감시 강화를 위해 저축은행중앙회로의 전산시스템 집중화를 추진하면서 대규모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은 사라진 상태다.

 

한편 은행권 및 증권, 보험사들의 차세대시스템이 대부분 완료되고 이에 따라 IT업체들이 틈새시장으로 공략하려 했던 저축은행 차세대시장이 사실상 공중분해 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제일저축은행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진행하다 결국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삼성SDS에 인수된 누리솔루션을 비롯해 신라저축은행 차세대를 진행한 한국HP 모두 저축은행 차세대라는 틈새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고자 했으나 저축은행 구조조정이라는 파도를 결국 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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