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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바람빠진 타이어와 PC 생태계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3년전 여름. 타이어에 못이 박힌줄도 모르고 한적한 지방 도로를 장시간 달렸다.

기어이 일이 터졌다. 더 갈 수가 없어 타이어 고칠 곳을 찾았다. 지그덕지그덕 바람 빠진 타이어 소리가 들리니 마음이 급졌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공업사가 있었다. 공업사 직원은, 타이어 구멍을 메우고 바람을 넣는데 무려 2만원이나 요구했다.

평소 5000원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아깝지만, 더 부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며 2만원을 지불다.

최근 돌아가는 PC 생태계가 대체로 이런 모습이다. 물건(부품)을 사는 고객(갑)과 파는 상인(을)의 관계가 뒤바뀌어 있다. 물건을 파는 상인이 많으면 에누리가 된다. 이곳저곳 물어보다 나중에는 흥정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PC 생태계는 부품을 파는 상인보다 물건을 사가는 고객이 더 많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체는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 두 업체만 남았다. D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엘피다)만 판다. 중앙처리장치(CPU)는 애당초 인텔 독점 시장이었다. 그런데, 세계 시장에 PC를 내다파는 업체는 10군데가 넘는다.

세계 1위 PC 업체인 HP의 지난 1분기(2012년 10월~2012년 1월) PC 사업부문 영업이익률은 2.7%였다.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하위 PC 업체들은 적자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하락 추세이긴 하나 이들에게 부품을 대는 업체들은 그래도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 시게이트나 웨스턴디지털은 매 분기 1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인텔의 영업이익률은 20%에 육박한다. 올해 선두 D램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30%대에 이르거나 일부는 이를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작년 동기 대비 13.9%나 감소했다. 이는 IDC가 PC 시장 조사를 시작한 199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시장은 쪼그라들고, 경쟁 심화로 PC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소수 업체가 움직이는 부품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펑크 난 타이어를 단 차가 계속 달릴 수는 없을 것이다. 조만간 PC 업계에 대형 인수합병(M&A) 바람이 불 지도 모르겠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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