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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라이드, ASML 누르고 반도체 장비시장 1위 탈환… 업계는 매출 감소로 시름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ASML을 누르고 반도체 장비 업계 매출액 순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2011년 처음으로 매출 순위 1위 자리에 올랐던 네덜란드 ASML은 업계 전반적인 노광 장비 수요 축소 및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의 성능개선 지연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이 30% 가까이 줄어들며 2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반도체 소자 업체들의 시설투자 축소로 장비 업계는 어려움을 겪었다. 어플라이드가 1위 자리를 탈환하긴 했지만 이 회사 역시 매출액 축소를 피해가지 못했다. 상위 5개 장비 업체 가운데 매출액이 확대된 곳은 노벨러스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운 미국 램리서치가 유일하다.

25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장비 시장 규모는 378억3300만달러로 전년 450억7900만달러 대비 16.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비 시장 규모가 이처럼 축소된 이유는 소자 업체들이 시설투자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파운드리 및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이 28나노와 20나노 로직 공정 전환을 추진했지만 메모리 분야는 투자가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업체별로는 ASML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반도체 장비 매출은 48억8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8%나 감소했다. 매출액 순위 1위 자리도 어플라이드에 다시 내줬다. ASML은 전 세계 반도체 노광 장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업체지만 10나노급 제조공정에 적용되는 차세대 EUV 노광 장비의 성능개선(웨이퍼 처리량)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EUV 장비의 성능개선 지연 문제는 전 세계 반도체 소자 업체들의 미세공정 전환 일정에 지장을 주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EUV 장비는 웨이퍼 처리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탓에 소자 업체들은 기존 이머전 장비로 여러 번의 노광 공정을 수행하는 더블패터닝, 쿼드패터닝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패터닝 공정을 여러번 거칠 경우 공정수 증가에 따른 생산성 저하 부작용이 있다. 다 패터닝 공정을 도입하면서 식각 증착 장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어플라이드 매출이 줄긴 했지만 업계 평균 대비로는 축소폭이 작았다. 이 회사의 작년 반도체 장비 매출은 전년 대비 6.2% 줄어든 55억1300만달러를 기록,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증착, 식각, 열처리 등 비 노광 계열 전공정 장비는 그나마 매출 감소 폭이 덜했다고 가트너는 설명했다. 지난해 노벨러스를 인수한 램리서치는 상위 5개 장비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 규모를 늘리며 업계 4위로 뛰어올랐다.

가트너는 전공정 장비 출하량이 큰 폭 줄어들긴 했지만 플립칩 범핑&본딩 등 선진 웨이퍼레벨패키징(WLP) 및 테스트 장비와 같은 후공정 시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장비 시장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소수 상위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은 보다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크라우스 리넨 가트너 부사장은 “지난해 상위 10개 반도체 장비 업체의 매출 총합은 전체 시장 규모의 70%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이는 2008년 61% 비중에서 9%포인트 확대된 것으로 상위 업체들의 장비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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