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삼성전자, 경쟁사 팬택 3대 주주로 참여…왜?(종합)

윤상호 기자

- 삼성전자 ‘명분’ 팬택 ‘실리’ 추구…삼성전자, 국내 단말기 독점 완화 효과도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가 팬택에 53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팬택의 3대 주주가 된다. 팬택은 스마트폰 ‘베가’ 시리즈 등 휴대폰 분야 국내 점유율 3위 업체다. 이에 따라 양사가 경쟁관계임에도 불구, 투자를 유치하고 투자를 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삼성전자와 팬택에 따르면 팬택이 실시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삼성전자 참여가 팬택 이사회를 통과했다. 산업은행 농협 우리은행 등 팬택 채권은행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최종 확정된다. 삼성전자는 액면가 500원의 팬택 보통주를 주당 1000원에 인수한다. 총 5300만주로 530억원 규모다. 납입일은 오는 6월10일 신주 교부 예정일은 오는 6월19일이다. 신주 발행 뒤 삼성전자는 지분율 10.03%로 퀄컴(11.96%) 산업은행(11.81%)에 이어 3대 주주가 된다.

◆투자액, 삼성전자 현금보유고 0.1%=삼성전자와 팬택은 휴대폰 분야 경쟁자다. 경쟁사간 투자는 국내외적으로 이례적 일이다. 투자사는 잠재 위협을 키우는 일이고 투자 유치사는 경영권 위협과 전략 유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양사는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투자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명분’을, 팬택은 ‘실리’를 얻었다는 평가다. 부품과 세트라는 삼성전자의 독특한 사업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말 현금보유고는 43조5600억원이다. 530억원은 현금보유고의 0.1% 남짓한 돈이다. 재무적 부담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팬택은 휴대폰에서 경쟁을 하고 있지만 팬택이 위협적 존재는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작년 휴대폰과 스마트폰 각각 3억9650만대와 2억1300만대를 공급했다. 팬택은 같은 기간 휴대폰과 스마트폰 각각 1380만대와 780만대를 출고했다.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 팬택 매출 5년간 8000억원 넘어=국내도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삼성전자 작년 점유율은 60%를 상회한다. 팬택은 10% 초반이다. 삼성전자는 팬택이 없어지고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보다 팬택이 있는 것이 단말기 독점 문제를 피해가기 유리하다. 또 팬택과 LG전자는 2위 다툼 중이다. 팬택을 통해 LG전자 등 다른 회사를 견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상생 마케팅도 가능하다.

삼성전자 부품 부문은 입장이 다르다. 삼성전자 및 삼성전자 관계사 부품사는 삼성전자 휴대폰 매출 비중이 높다. 거래선을 늘리려면 고객사가 많은 것이 좋다. 팬택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로부터 사들인 부품은 총 8116억원이다. 현재 팬택 1대 주주인 퀄컴도 같은 이유로 팬택 지분 투자를 했다. 퀄컴은 지난 2009년 8월 7626만달러 지난 1월 2300만달러 등 1억달러(약 1100억원) 가까이 팬택에 투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팬택은 자금이 필요했고 삼성전자는 2000억원 가량의 거래 관계가 있다”라며 “정보기술(IT)업계 상생차원과 안정적 거래선을 유지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또 “경영참여는 할 계획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팬택, 경영권 보장…투자금, 장기 경쟁력 강화에 활용=팬택은 투자를 피할 입장이 아니다. 팬택은 작년 매출액 2조2344억원 영업손실 776억원을 기록했다. 휴대폰은 점점 작은 곳이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팬택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4대1 감자를 통과시켰다. 박병엽 팬택 대표는 감자 이유로 투자 유치 용이성을 든 바 있다. 삼성전자가 경쟁사지만 경영권 참여를 하지 않기로 해 전략 관여 위험도 벗었다. 팬택은 이번 투자 유치금을 브랜드 마케팅, 즉 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용할 방침이다.

팬택 박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력 상품력을 갖고 있는 팬택을 삼성이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위한 상생과 공존을 위한 틀로 본 것 같다”며 “이번 투자는 삼성이 엔저 등 경제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전체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책임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본다”고 추켜세웠다.

◆삼성전자 부문별 이해상충 불구 투자, 일본 샤프 이어 두 번째=한편 이번 삼성전자의 투자는 일본 샤프 투자와 같은 맥락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샤프에 104억엔(약 12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를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샤프의 경영도 불참을 약속했다. 이 경우는 부품에서는 경쟁이지만 세트에서 공급처 다변화를 위해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샤프에서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를 구매한다. LCD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1위다. 아울러 샤프도 퀄컴의 투자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문 독립경영을 위해 지난 3월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3인 복수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권 대표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윤 대표는 소비자가전(CE)부문을 신 대표는 정보기술 및 모바일(IM)부문을 맡고 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윤상호 기자
crow@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