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매직-쿠쿠전자, 나노 필터 정수기 두고 신경전 ‘왜?’
- 부가가치 높은 나노 정수기 시장점유율 확대 위한 신경전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나노 기술을 적용한 정수기를 두고 동양매직과 쿠쿠전자 사이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현재 나노필터를 적용한 정수기는 코웨이(나노트랩), 동양매직(나노세람), 쿠쿠전자(나노포지티브)가 선보인 상태다.
그 동안 일반적인 정수기는 중공사막(Hollow Fiber Membrane)과 역삼투압(RO Membrane)을 주로 장착했다. 역삼투압은 전체 정수기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이다. ‘RO 멤브레인’이라 부르는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필터를 통해 0.0001미크론 크기의 이물질도 걸러낼 수 있다. 하지만 정수 과정에서 낭비되는 물이 많다는 점이 문제다.
반대로 중공사막은 역삼투압과 비교해 정수 능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낭비되는 물이 적다. 또한 가격이 저렴하고 풍부한 유량을 제공한다.
나노필터 정수기는 역삼투압과 중공사막의 장점을 고루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노로 바이러스 제거 기능도 갖췄다. 노로 바이러스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무더위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노로 바이러스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13일 동양매직과 쿠쿠전자는 나노필터를 적용한 정수기 성능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먼저 관련 언급을 시작한 곳은 동양매직이다.
지난 12일 나노세람 정수기 3만대 판매 돌파 자료를 배포하면서 “동양매직과 코웨이는 중금속과 세균, 노로 바이러스 제거가 가능하다”며 “쿠쿠전자는 중금속과 세균만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쿠쿠전자 홈페이지에도 나노포지티브 정수기는 미생물과 중금속만 언급되어 있고 노로 바이러스는 빠져 있다.
쿠쿠전자는 즉각 반발했다. 자사 나노포지티브 정수기도 노로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지만 인증 절차 등에 시간이 걸려 광고나 마케팅에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
쿠쿠전자 관계자는 “노로 바이러스 제거 성능과 관련한 시험을 노로젠을 통해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서 인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합에서 나노필터를 장착한 정수기의 노로 바이러스 제거 성능에 관한 내용을 가급적 자제하라는 권고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조합에서는 정수기 성능을 인증이 아닌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성능이 확인이 되면 정수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관련 내용의 홍보를 권장하지 자제하라고 말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쿠쿠전자가 노로젠을 통해 나노포지티브 정수기의 노로 바이러스 제거 성능을 확인했다는 내용에 대해 동양매직은 “동양매직도 노로젠에서 노로 바이러스 제거 시험을 진행한바 있지만 쿠쿠전자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노로젠에서 정식으로 시험성적서를 받았는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쿠쿠전자 이름으로 노로젠에 시험을 의뢰한 것이 아니라 함께 나노포지티브 필터를 개발한 엔바이오니아를 통해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노로 바이러스 제거 관련 시험성적서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동양매직의 쿠쿠전자 공격을 두고 치열해지고 있는 정수기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쿠쿠전자는 2010년 정수기 시장 진출 이후 매년 빠른 속도로 판매량을 높이고 있다. 작년에는 약 18만대의 정수기를 시장에 공급한 바 있다. 업계 1위인 코웨이와는 아직까지 상당한 격차지만 이런 판매량 추세를 계속 이어나갈 경우 청호나이스, 동양매직 등과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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