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정책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국회상정 무산…9월엔 가능할까

이민형 기자

- 민주당 “공인인증제 개선, 민주당 우선처리 법안”

[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현 공인인증제도의 개선안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9월 정기국회로 미뤄졌다.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은 법안소위에 올라가지도 못한 채 계류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열린 4차 법안소위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으며 이용자들의 혼란이 예상된다고 판단, 9월 정기국회로 판단을 미뤘다.
공인인증제 개선을 촉구하던 오픈넷 등 시민단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공인인증제 개선은 여전히 민주당의 우선처리 법안”이라고 못을 박으며 9월 정기국회를 기약했다.

◆“정부와 기업의 카르텔이 통과 막았다”=양 법안의 계류에 김기창 교수(고려대, 오픈넷 이사)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교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재 인증제도가 보안상, 운영상 완벽하다면 강제할 필요가 없다. 좋은 기술은 정부가 강제하지 않아도 알아서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기술 및 전자금융업무에 관한 기준을 정함에 있어서 보안기술과 인증기술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거나, 특정기술 또는 서비스의 사용을 강제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가 금융회사에 공인인증제 사용을 강제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다양한 인증방법이 있고, 이를 허용한다면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은 ‘전자서명’과 ‘공인전자서명’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즉, 기존 공인인증제도는 그대로 운영하고, 새로운 인증 방식을 국가에서 인정해달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김 교수는 “공인인증서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방법을 시장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정부를 비롯해 공인인증기관들의 근거없는 공포감 조성이 발목을 잡았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개선은 필요, 다만 심사숙고해야”=공인인증기관들은 개정안 계류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인인증제도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없애버리자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공인인증제도 폐지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여기서 ‘공인’을 뺀다는 것은 현재의 시스템을 파기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라고 말했다.

인증기관을 비롯해 지불대행사(PG사)들은 3개월 동안 대책마련에 나선다.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정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현행 공인인증제도를 유지하고 사설인증제도를 도입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이종혼합)’ 형태가 이상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인인증기관 관계자는 “현행 공인인증시스템과 사설인증시스템이 병행될 수 있도록 돼야한다”며 “금융위의 전자금융 인증체계 개편과 관련된 연구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말 많은 공인인증제도, 9월 국회서 손볼 수 있을까?=현재 많은 사용자들의 관심은 ‘이번에 통과되지 못한 개정안이 9월 정기국회에서는 통과될 수 있을지’의 여부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두 개정안을 밀 부쳤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5월에 발의한 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으며, 그 이전에 오랫동안 논의돼 온 방송법, 통신법 등이 최우선순위에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위원회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발의 직후 전자금융 인증체계 개편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함에 따라 연구결과가 나온 후에야 재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안의 존폐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다. 여야 모두 현재 공인인증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개정안에 대해 이견도 없기 때문이다. 또 여전히 민주당 우선처리 법안에 올라가 있어 정기국회 상정의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해당 법안은 여야모두 이견이 없어 조속히 처리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더 급히 처리할 법안이 있고, 여당측에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해 계류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여전히 민주당 우선처리 법안으로 조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당차원에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민형 기자>kiku@ddaily.co.kr

이민형 기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