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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에 위협받는 HDD업계, 하이브리드 스토리지 전략으로 맞불

이상일 기자

- HDD 업계, HDD 우수성 및 하이브리드 스토리지전략으로 플래시 공세 차단 주력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플래시 기반 스토리지 기업의 공세가 위협적이어서 일까. HDD를 주력으로 하는 스토리지 기업들이 지난 14일 ‘스토리지 제품 협회(SPA)’를 창립했다.

 

SPA의 설립 목적은 단순하다.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스토리지 산업을 대변한다는 것. 그러면서 SSD와 HDD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스토리지(SSHD) 확대에 힘을 쓰는 모양새다.

 

이를 위해 SPA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 ‘윈도8.1’ 버전에서 SSHD 드라이버를 운영체제 안에 탑재한다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스토리지 확대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나선 것.

 

데이터의 양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스토리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왜 기업용 스토리지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HDD의 역할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일까.

 

이는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SSD(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 등 플래시 기반 스토리지 업계의 공세가 예상보다 거세다는 것을 반증한다.

 

플래시 스토리지 업계는 미국 실리콘밸리 등지에서 주요 스타트업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퓨어스토리지, 바이올린메모리,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신생기업들이 플래시로만 이뤄진 스토리지 올플래시어레이(All Flash Array) 제품을 기반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플래시 스토리지의 속도가 HDD보다 월등하다는 것은 기업은 물론 일반 고객들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기업 경영에서 ‘속도’가 중요해지고 이를 뒷받침하는 IT의 속도도 중요해지면서 플래시를 통한 애플리케이션 처리 속도 증가는 기업에게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플래시 스토리지 업체들의 주요 마케팅 키워드는 ‘일단 한번 사용해보라’로 귀결된다. 플래시 스토리지 업체 관계자는 “한번 사용해보면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빅데이터 등 데이터가 폭증하고 분석해야 할 데이터의 범위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플래시 스토리지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석해야 할 데이터가 많을수록 처리속도는 느려질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I/O 등이 HDD보다 월등한 플래시 스토리지는 더욱 매력적이다.

 

HDD 진영에서는 읽고 쓰는게 빈번한 핫데이터(Hot Data)의 경우 SSD 사용이 유리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핫데이터는 전체 데이터의 일부이고 나머지 쿨데이터(Cool Data)가 데이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HDD의 영역을 플래시가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라 얘기한다.

 

다만 SPA를 구성하고 있는 HGST, WD, 시게이트, 도시바 등의 업체는 모두 최근 SSD 관련 업체를 인수하거나 자체 개발을 통해 SSD 생산도 진행하고 있다. HDD 업체 스스로 플래시라는 기술의 조류에 대해선 인정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이들 업체들은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장에서 SSD의 시장 진입 속도를 최대한 저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주력하는 기술이 SSD와 HDD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스토리지(SSHD)다.

 

HDD 생산을 하고 있는 업체들은 이미 투자된 생산라인 등을 고려하면 HDD를 버릴 수 없다.

 

아직도 절대 다수의 시장에서 데이터 저장매체로 HDD가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절충안, SSD와 HDD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스토리지를 차세대 신기술로 소개하고 있는 것.

 

이 밖에도 HDD의 I/O 개선에 막대한 R&D를 투자하고 있다. SSD의 저장용량 증가 속도가 늦다는 점을 노려 HDD의 I/O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HDD의 I/O개선 속도가 SSD의 저장용량 증가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거란 판단이다.

 

또 이들은 2017년에는 하이브리드 스토리지가 SSD에 비해 포터블 PC에 채택되는 비중이 더 클 것이라며 하이브리드 스토리지의 성장성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HDD 업계의 하이브리드 스토리지 전략에 플래시 업체들은 냉소를 보내고 있다. 최근 방한한 퓨어스토리지 맷 킥스밀러 부사장은 “올플래시어레이로 구성된 스토리지만이 기업 애플리케이션 처리 속도와 능률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브리드 스토리지에 대해 “속도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HDD 업계는 영원히 플래시 기술의 시장진입을 방어할 수 있을까? SPA는 홈페이지(www.storage-products-association.org/)에 게시한 자체 질의응답에서 ‘ SSD/플래시와 같은 저장매체에 대한 관점’에 대해 “HDD 및 하이브리드 스토리지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다만 회원사들이 진화함에 따라 광범위한 스토리지 산업협회로 확장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겨놓았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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