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축소 본격화, 오프라인 채널 고민에 빠진 은행권
- 오프라인 강화 위한 스마트 브랜치, 포터블 브랜치 다시 주목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은행권의 오프라인 채널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 브랜치와 포터블 브랜치가 오프라인 채널 강화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적자점포를 정리하고 규모를 슬림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권고가 아니더라도 은행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지점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영업점 200여개를 줄여나간다는 방침으로 지점 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지점 축소로 인해 살아남은 지점의 마케팅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지점이 축소되는 만큼 고객 대응을 위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창구업무의 효율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객 응대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케팅 등 부수업무에 필요한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객에게 필요한 사전 작업을 줄임으로서 전체적으로 고객 응대시간을 줄이고 창구 직원이 마케팅 등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스마트 브랜치의 한 전략이다.
스마트 브랜치의 경우 신규 점포를 스마트 브랜치로 구성하는 방법과 기존 점포를 스마트브랜치화 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지점 축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신규 점포 기반의 스마트 브랜치 전략을 구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내년도부터 신규 론칭되는 스마트 브랜치의 경우 기존 점포를 활용하는 방법이 유력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스마트 브랜치 운영을 통해 스마트 브랜치가 직접 수익과 연결되기 보다는 창구 텔러들의 고객응대 시간을 줄이고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재로서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무인 지향의 스마트 브랜치보다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텔러는 남는 시간에 마케팅 등 다른 업무에 집중하게 하자는 것이 기본 컨셉”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기업은행이 오픈한 경기도 안산시 소재 고잔중앙지점은 내점 방문이 높았던 점포로 일반 점포에 스마트 디바이스 및 환경 도입으로 창구업무의 효율성을 꾀하는 데 중점을 두기도 했다.
문제는 기존 점포를 스마트 브랜치로 꾸미는데 들이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축소된 지점의 보완책으로서 스마트브랜치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 아직 정량적, 정성적 수치가 만족할만한 수준이 못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스마트 브랜치 도입을 통해 신규 고객 확보 및 수익성 향상을 이끌어냈냐는 질문에 대해 은행들은 뚜렷한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시범운영 중으로 하반기까지 성과를 보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 은행들이 연이어 도입하고 있는 포터블 브랜치도 오프라인 채널 접점 확대의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포터블 브랜치의 가장 큰 장점은 ‘기동성’으로 금융거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물리적 공간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단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에 위치한 지점의 경우 구조조정의 대상에서 빗겨나 있지만 수익면에서 마이너스지만 VIP 고객이 있는 지점의 경우 구조조정을 통해 지점이 없어지더라도 포터블 브랜치를 통해 최소한의 고객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포터블 브랜치에 대한 고객의 거부감은 넘어야할 과제다. 이벤트성 포터블 브랜치 영업의 경우 덜하지만 개인을 대상으로 한 포터블 브랜치 영업에 대해선 고객이 아직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스마트 브랜치와 포터블 브랜치 모두 기존 오프라인 채널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모색돼왔다. 현재로선 파일럿 단계로 확산 가능성이 확실하게 담보돼 있지 않다. 하지만 오프라인 채널의 영업력 강화와 스마트 금융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 브랜치와 포터블 브랜치에 대한 은행권의 실험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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