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오라클 클라우드, 싱글-태넌시 고집하는 이유는?

심재석 기자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오라클의 클라우드 행보가 가열차다. 오라클은 2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오라클 오픈월드 2013 행사에서 10개의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했다.

오라클은 특히 인적자원관리(ERP), 고객경험관리(CX), 전사적자원관리(ERP),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소셜 및 모바일 등 광범위한 SaaS(Software as a Service)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오라클의 SaaS는 세일즈포스닷컴 등 경쟁 서비스와 다른 점이 있다. 멀티-태넌시가 아닌 싱글-태넌시 기반으로 운용된다는 점이다.

멀티-태넌시란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여러 사용자가 함께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세일즈포스닷컴의 CRM 서비스의 경우 전 세계 기업들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것이다. 각  기업은 자사에 맞게 환경설정만 바꿔 마치 자신에게 특화된 서비스처럼 이용할 뿐이다.

반면 오라클은 싱글-태넌시를 취하고 있다. 이는 오라클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기업들은 각각 자신만의 애플리케이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라클 고객사가 100개라면 100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있는 것이다.

멀티-태넌시의 장점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서비스 제공업자가 고객마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IT투자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시스템만 관리하면 되기 때문에 관리비용도 적게 든다. 오류를 발견해도 하나만 수정하면 전세계 고객이 똑 같은 혜택을 얻을 수 있고, 한 번만 업그레이드하면 전 세계 고객이 동시에 이를 이용한다.

이는 서비스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멀티-태넌시 기반에서는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기업이 많을 수록 가격은 저렴해진다.

그러나 싱글-태넌시는 이를 이용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그에 맞는 별도의 유지관리가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오라클 클라우드 비판자들은 “오라클 클라우드는 가짜 클라우드”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클라우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클라우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멀티-태넌시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말이 있듯이 한 번의 보안 사고로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전 세계 모든 기업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하나의 버그에 전 세계 모든 기업이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래리 앨리슨 회장은 한 때 “멀티-태넌시는 끔찍한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2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오라클 오픈월드 2013에서 만난 렉스 왕 오라클 클라우드 담당 수석 부사장은 “멀티-태넌시는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들에게는 혜택일 수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혜택이 아니다”면서 “우리 고객들에게는 보안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왕 부사장은 “싱글-태넌시 기반이라고 하더라도 관리 자동화가 이뤄져 있고, 역량이 충분하다면 효율성(가격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멀티-태넌시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오라클이 최근 멀티-태넌시를 지원하는 DB인 ‘오라클 DB 12c’를 출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DB차원에서 멀티-태넌시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나의 DB를 여러 개의 다른 DB처럼 나눠쓸 수 있다. 오라클 측은 이를 한 DB 안에 작은 DB를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로거블 DB’라고 부르기도 한다.

 왕 부사장은 “세일즈포스닷컴를 비롯해 많은 SaaS 업체들이 오라클 DB 12c 를 도입할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애플리케이션 차원의 멀티-태넌시는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미국)=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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